검사의 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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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무부장관·검찰 총장 등 검찰수뇌가 교체된 뒤 처음으로 열린 전국검사장 회의에서 김 총리는『검찰은 국민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철저히 지키는데 그 기능과 힘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하고, 『검찰은 항상 국민의 여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모든 업무처리에 앞서 스스로 미흡함이 없는지를 성찰함으로써 국민에 대해 책임 있게 봉사하는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무도『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여 각자의 양식에 따라 소신 있게 일을 처리하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했으며 김 총장도『검사에게 주어진 권한을 스스로 자율적으로 십분 행사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인정하고 이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의 새로운 지휘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검찰지휘관들이 검찰의 기본자세를 강조한 것은 오늘의 시국에 비추어서도 새삼 뜻 깊은 일이다.
그런데 종래 검찰이 가장 중요한 강력 범죄나 국가사범의 범죄 수사지휘 등에는 등한하고 타 국가기관이 수사한 사건의 공소 제기와 유지에만 급급하다는 평이 있었음은 불행한 일이었다. 이러한 세평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검찰사무에 대한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기 때문에 매사가 피동적으로 일해 왔다는 인상 때문일 것이다.
검사는 간부와 같은 자격으로 임관되었으면서도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고 기소·불기소 처분에 있어서 조차 자율성이 보장되지 아니하였으며, 압력과 청탁·지시·명령에 따라서 사무를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에 흔히 일선 검사에게는 책임감이 없어지고 관료적으로 되기 쉬웠던 것이다.
따라서 검찰의 사기를 앙양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검찰권이 행정권에서 독립되어야만 할 것이다. 검찰권의 행사가 정치적으로 혼용되는 경우에는 검찰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며 나아가 정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 소지를 갖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검찰 지도관은 가능한 한 검사에게 자율권을 인정하여 독자적으로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재기하고 유지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검사는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부조리와 불법행위를 가차없이 수사하여 이를 기소하는데 과감하여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김 총리도 지시한 것처럼『응징하고 발본해야 할 것들을 가차없이 가려내어 철퇴를 가하는 것』이 곧 검찰의 소임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큰 부정과 불법에는 눈을 감고, 송사리 사건만 다룬다고 한다면 검사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검사는 강자의 부정과 불의를 과감히 척결하고 약자의 권리를 옹호하는데 보다 철저하여야만 한다.
이를 위하여 검찰은 무엇보다도 공무원 범죄 같은 굵직한 부정을 근절하도록 검찰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요, 국민의 사회에 대한 불만 해소와 부조리 제거에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하여서도 사회의 방부제로서 불편 부당하게 권한을 행사해 주기 바란다.
사회의 부조리를 척결하고 사회에 유행하고 있는「사바사바」행위라든가 급행료라든가 상납행위 등을 근절하기 위한 일대 숙청작업을 벌여야만 할 것이다.
사회의 소금이어야 할 검찰이 검찰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사법 경찰관이나 그 직무 집행자가 작성한 신문조사에 따라 공판에만 관여하고 있다면 국가의 중대한 기강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사들이 소신껏 법과 양심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또 검찰은 사회의 부조리를 제거하기 위하여서 그 선행조건으로 자체정화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고위 검찰지휘관의 경질을 계기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검찰을 만드는데 전력을 경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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