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 총·학장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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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3일의 전국대학 총·학장회의는 최근 일련의 학원사태 이후 처음 갖는 정부 대학원 당국자간의 대화이었다.
이 모임에서 우선 대학당국과 정부의 책임자사이에 학원문제에 관한 기탄 없는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비로소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참석한 국무총리는 몇 가지 주목할만한 발언을 했다.
첫째는 학원에 대한 사찰은 앞으로 일체 없을 것이다, 학교는 총·학장들에게 맡겨질 것이다, 학원의 자유와 자율성은 보장될 것이다, 학생들의 건전한 「서클」활동은 허용될 것이다 하는 약속을 하였다.
둘째로, 그러나 휴전선너머로 북한공산주의자들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학원·언론·문화·정치에는 제약이 있음을 강조하고, 그런 까닭에 반체제적인 학생운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하였다.
총리의 약속은 학원의 자유와 명랑화를 위해서 환영하여 마땅한 다짐들이며, 또한 총리의 경고는 다음과 같은 견지에서 귀담아 들어야할 것이다.
북한공산주의체제에 대하여 우리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수호해야할 체제는 다름 아닌 자유민주주의체제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에 있어서의 반체제운동이란 한마디로 공산주의적 원리를 긍정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원리를 부정하는 경향의 활동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학원 안에서일지라도 그와 같은 반체제 운동이 용납될 수는 없고, 용납되어서도 안 된다는데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가 없을 줄 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련의 학원사태는 관련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구제조치가 입증하고 있는 것처럼 결코 그런 의미에 있어서의 반체제운동은 아니었다. 학원사태의 원인은 다른데에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의 현실인식이 옳으냐, 그르냐하는 문제는 다시 시비에 붙여진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움직인 동기에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거나 파괴하려는 뜻을 찾을 수 없었고, 도리어 그들 나름대로 이 체제를 긍정하고 수호하려는 뜻이 행동화한 것이라 보아야할 것이다.
사태의 와중에서 민 문교가 정확하게 지적한 것처럼 학원문제의 발단은 『학원 내적 문제만이 아니고 여러 가지 다른 불만에서 나온 것』이었음은 주지된 일이다. 학원 내적인 문제만이 아니라고 한 민 문교의 판단은 요컨대 학원 밖의 현실이 학생들의 눈에는 우리들의 국체인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았다고 해야 정곡을 뚫은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 불행한 사태의 책임은 1차적으로 정부와 정치인을 포함한 기성세대가 져야한다는 것도 이제는 별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이다.
국가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정치는 정치인에게, 대학은 대학인에게』맡길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이상이다.
정치인이 정치를 바로 하지 못하여 정치의 영역에 대학인이 뛰어들고, 그럼으로써 대학은 대학인 앞에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이란 확실히 나라의 비극이다.
학원의 정상화와 교권의 확립을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은 대학인이 정치를 잊고 오로지 연구와 교육에 몰두할 수 있도록 국가가 능동적으로 그 환경을 조성하며, 또 정치인이 바른 정치를 하여주는데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은 거기에서부터 순리대로 풀려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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