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 25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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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은 1948년의 제3회 「유엔」총회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지 만25년이 되는 인권기념일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인권의 무시와 경멸은 인류의 양심을 유린하는 만행을 초래하였으며, 사람이 언론과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향유하는 세계의 도래야말로 모든 사람의 최고의 열망으로 선포되어 왔으므로, 사람이 전제와 탄압에 대항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인권은 법률의 정한 바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함이 절대 긴요하다』고 강조하고 천부의 권리로서의 인권의 존엄을 「유엔」의 이름으로 선언했던 것이다.
이 세계인권선언은 미국의 독립선언이나 「프랑스」의 인권선언에 연유하는 자연권의 선언이기도 하다. 그것은 모든 사람과 모든 국가가 도달하여야 할 공통된 목표로서 기본적인 인권이 최대한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건설할 것을 요구, 모든 가맹국이 이 권리와 자유를 보편적으로 또 충실히 인식하고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들이 이를 준수하여 인간의 권리신장에 노력하였으며 따라서 세계인 헌장으로서 기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각지에는 아직도 인종차별이 행해지고 있으며, 「비아프라」를 비롯한 세계각국에는 기아와 질병이 만연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유엔」에서의 정치적 호소력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이에 「유럽」을 비롯한 각 지역집단은 국제조약으로서 인권보장을 꾀하기에 이르렀다. 50년11월에는 「유럽」인권조약을 체결하고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유럽」인권법원을 설치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엔」에서도 66년12월16일에는 국제인권규약을 채택하여 법적 효력을 인정키로 한바 있다. 다만 이 조약은 아직도 필요한 서명 수를 확보치 못하여 실현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유엔」의 인권보장의 노력은 소련까지도 해빙시켜 소련도 인권규약에 서명하고 세계 각국에 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경제대국이라고 뽐내는 일본조차 아직도 세계인권규약에 서명하지 앓아 인권후진국으로 남아 있음은 통탄할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연합에는 가입하지 않았으나, 「유엔」인권선언의 준수를 다짐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 동안 세계인권선언 일을 전후해서는 인권주간을 설정, 인권보장을 다짐하는 각종행사를 벌여 왔다.
그러나 인류보장의 현실은 아직도 그이상과는 멀다. 최근의 대한변협의 건의와 같이 「꾸러미」재판, 「날치기」재판, 「원님」재판 등이 행해지고 있으며, 고문과 불법구금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또 대한노총의 건의와 같이 근로자는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임금조차 체불되기 일쑤이다.
도농간의 심한 격차도 문제이고, 농어촌의 문화수준은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참정권의 형식적 평등은 이루어지고 있으나 생존권의 실질적 보장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7일부터 13일까지를 인권주간으로 정하고 인권의 존엄을 되새기는 갖가지 행사를 펴기로 했다. 바라건대 정부는 10일 하루만을 떠들썩한 인권기념행사로 보내려 하지 말고, 매일 매일을 인권일로 하여 국민의 인권옹호를 능동적으로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법무부는 교도소나 보호소에 수용되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보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모든 국민들의 인권신장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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