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해결 위한 건의서를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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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화여지대학교(총장 김옥길) 교무위원회는 최근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시위사태에 대한 해결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한 건의서를 지난달 30일 작성, 국회의장· 대법원장·국무총리·문교·법무·내무장관·중앙정보부장에게 전달했다.
5일 이대학보를 통해 공개된 건의서 요지는 다음과 같다.

<건의서 요지>
최근 대학생들이, 특히 이학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발표한 선언문이나 결의문을 검토하여 볼 때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부수사 기관의 지나친 간섭과 횡포, 거기에 따르는 불신풍조의 증대, 부정부패, 언론·결사·집회의 자유의 지나친 위축, 특히 김대중 국제납치사건에 대한 의심 등등에서 오는 불신과 반발, 외국부채 상환과 특히 군국주의적 경향이 짙어 가는 일본자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에 관한 염려, 일본인 관광사업에 유린당하는 여권에 대한 울분, 호화주택에서 사치스럽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적은 수입으로 겨우 연명해야만 하는 노동자와 농·어민과 빈민들이 있다는 엄청난 경제적 불균등에 대한 의분, 가난한 동포들에게 대한 관심과 동정, 체포·구속·구류 또는 기소된 학우들에 대한 뜨거운 우정, 이와 같은 것들입니다.
물론 젊은 학생들의 왕성한 혈기가 반영되어 그 표현방법이 과격하여진 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동기와 내용은 분명하게 읽어낼 수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성명서나 결의문이나 행동이 절대로 공산주의자들에게 의해서 악용되지 않게 될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이화여자대학교 교무위원 일동은 다음과 같이 건의하는 바입니다. 첫째, 현재 구속·구류·기소된 학생들을 조속한 시일 안에 석방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학생들의 요망사항 속에 깃들여져 있는 그들의 참뜻을 실천에 옮겨 줄 것을 약속해주시기 바랍니다.
세째, 그 약속의 실천과정을 공개적으로 마음놓고 보고 듣고 말하고 쓰고 읽고 해석하고 비판하고 건의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나라살림을 맡은 당국의 행정적 고충을 이해 못하는바 아닙니다. 그러나 오늘의 염려스러운 사태를 타개하기 위하여는 어떤 과감한 전환점이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우리들은 확신하기 때문에 이같이 건의하는 바입니다.
학생들의 현실 이해나 요구조건이 조목조목 다 옳다는 것도 아니고 행동에 나서는 학생들이 하나 하나가다 완전하여 나무랄데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발언과 행동의 중심을 꿰뚫고 있는 핵심만은 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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