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국여성기구(NOW)국제위원장「버니트」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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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여성해방운동 조직인 전국여성기구(NOW) 국제위원장인「매트리셔·힐·버니트」여사(53)가 여러 나라의 여성실태를 돌아보는 세계일주여행 중 지난 27일 일본에 들렀다.
지난 10월1일 미국을 떠난「버니트」여사는 그 동안 소련·「이란」·인도·「네팔」·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홍콩」등지를 방문했는데 그는『각 나라의 여성실태와 여성단체활동을 시찰하고 어떤 방법을 취하면 여성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류가정의 주부들을 포함한 7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NOW는 1966년에 미국의 여성운동 지도자인「베티·프리던」에 의해 임금의 남녀평등 등 체제개혁을 추진할 목적으로 창설되었다.
「버니트」여사는『NOW는 과격한 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면서 한마디로 일종의 평화사회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주의사회가 발달할수록 여성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데 여기서 빚어지는 가족·결혼·인간관계 등을 예리하게 관찰 분석하여 차별과 불필요한 요소 등을 제거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결혼을 해도 좋고 안해도 좋고, 아기를 갖고 일해도 좋으며 또 아기를 갖지 않아도 좋다는 등 여성들이 어느 쪽이든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고 또 어느 길을 걷든 간에 그 선택한 길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 동안 NOW가 주로 펴온 운동은 여성의 임금차별 문제인데 정부의 민원기관 중의 하나인 평등고용위원회에 호소한 사건 수는 지난 6월 현재로 1천2백여건에 달한다. 그중「벨」전화회사에 대한 소송은 재판에서 이겨 결과적으로 회사가 과거 3년간의 임금차액인 9백만「달러」를 보상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밖에 여교사의 승진의 차별을 시정한 예도 여러 건에 이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도록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버니트」여사는 그가 여성운동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10세 때「미스·아메리카」선발대회에 참가, 2위를 차지한데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마치 가축검사를 하듯 여성들을 비인간적으로 다루는데 반발, 여러 여성운동에 참가하게 되었고 NOW가 창설되자 곧 조직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했다.
27세의 큰아들을 필두로 2남2녀의 자녀를 가진 그의 남편은 미생물회사의 사장이다. 그의 남편과 성장한 자녀들은 그가 하는 일을 직접 도와주지는 않지만 깊은 이해와 애정을 기울여 준다고 그는 말했다.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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