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발전과 역사 발전|한국 사회학회 추계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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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 사회 학회는 지난 11월 24일 추계 사회학 대회를 열어 『사회 발전과 역사 발전』이란 주제의 공동 토론 및 연구 발표회를 가졌다. 사회의 발전은 역사적 상황 속에서 투시돼야 하며 「발전 가치」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고 한다. 이 발전 가치의 규명에 의해서 역사적 관점은 명료해지고 사회 변동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 가치 문제는 역사적 경험과 사회 체계에서 크게 영향받는다.
따라서 역사학과 사회학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며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역사적 관점과 자료에 익숙한 사회학자를 많이 배출하고 사회학적 이론과 방법에 익숙한 역사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게 많은 토론자의 의견이었다. 『역사 발전과 사회 발전』을 발표, 관심을 모은 임희섭 교수(고려대)는 『역사학이 기술적, 특수사회의 독자적 성격 규명, 개인 행위자를 중요시하는데 반해 사회학은 분석적, 일반적 법칙의 정립, 행위의 일반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역사학과 사회학의 차이는 자료의 성격에서 오는 부수적 차이에 불과하며 학문의 궁극적 목표 같은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접촉과 협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학과 역사 연구 협동의 사례』를 발표한 신용하 교수(서울 상대)는 『역사학이 사실의 발견에서만 머무는 논리 부재의 상태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을 인과관계 속에서 실명하고 역사 속에서의 인간 행위를 극명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학이 도입돼야 한다』는 「막스·웨버」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회 현상은 경험 과학이고 역사 현상이므로 역사적 현실 속에서 그 이론 정립의 소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사회학 이론으로 역사를 해석하려는 노력이 현재 각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데 「프랑스」가 가장 전통이 오래 됐고 미국에서도 최근 이런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사회 발전에서 역사 의식 혹은 문제 의식, 가치 체계 등이 어떤 인자로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는 언제나 우리의 관심을 끌어왔다. 임희섭 교수는 『사회 발전의 방향은 「발전 가치」에 의해 결정되며 역사적 경험과 사회 체계가 당면하고 있는 기본적인 「체계 문제」에 크게 영향받는다. 이것이 역사의식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오늘날 세계에는 5가지의 발전 개념이 있다. 고도로 공업화된 사화는 탈 산업 사회와 사회의 다원화·인간화를, 발전 도상국들은 공업화·민주화를 제3세계의 제국들은 국제적·국내적 평등화를, 공산주의 국가들은 사회주의화를, 「아프리카」신생국들은 국가 건립을 각각 체계의 발전 개념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이것은 역사적 관점 속에서 사회 발전의 향방을 결정짓는데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사회학적 인간론에 관한 비판』이란 연구 발표를 한 한완상 교수(서울대)는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 인간의 비인간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합리적이기만 한 인간에 대한 자각과 「참 인간」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의 탈 산업 사회화와 「매스컴」의 발달, 핵무기에 대한 공포는 「새로운 인간 문제의 국제화」를 초래했으며 동구를 비롯한 공산권은 물리적 힘에 의해 사회학적 인간화가 철저히 강요됐고 자본주의 사회도 상징적 조작에 의해 사회학적 인간화가 강요돼 인간은 「탈을 쓰고 시나리오」에 의해 울고 웃는 존재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페르소나」(배우가 쓰는 탈)에 의한 인간, 부조리한 구조에 의한 구조를 위한 인간으로부터의 탈출이 시도되고 있다고 한 교수는 주장했다. 특히 한완상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학적 인간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이념에 대한 엄격한 비판도 없고 현재의 상황에 대한 자각도 없는 학자가 많다. 우리가 당면한 절실하고 생동하는 문제-예컨대 학생 문제·사업화·도시화가 주는 역기능·농촌문제 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서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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