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제 요건 완화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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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재벌의 지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지주회사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강철규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3일 "재벌이 완전 독립 경영제로 가야 하지만 한꺼번에는 어려우니 일단 지주회사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외국 사례를 수집하는 등 지주회사 관련 규정을 점검.보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부채비율.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 등 큰 틀은 유지하되 세부적인 규정들은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SK글로벌 사태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SK그룹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의 경우 SK㈜가 SK텔레콤 등 계열사 지분을 20~50% 보유하고 있어 계열사 간 상호출자 해소를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등 지주회사 요건이 완화되면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왜 지주회사인가=지주회사가 되면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가 사라지고,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지주회사)의 출자만 남기 때문에 지배 구조가 단순.투명해진다.

또 지주회사는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는다. 출자총액제한은 다른 나라엔 없는 제도로 재계가 가장 반대하는 재벌 규제 중 하나다. 따라서 정부로선 출자총액제한이란 규제를 없애면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책으로 지주회사제를 선호하고 있다.

姜위원장은 저서 '재벌개혁의 경제학'에서 "계열분리로 독립경영제가 되거나 간접 상호출자를 금지하게 되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가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선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재무구조의 파악도 쉬워진다.

그러나 기업들은 지주회사 설립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자칫 지주회사를 빼앗기면 그룹 전체를 넘기게 되기 때문에 이의 설립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공정위 규제를 받는 자산총액 1천억원 이상의 지주회사는 LG 등 16개사다.

쟁점은 뭔가=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요건을 얼마나 완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은 지주회사가 되려면 부채비율이 1백% 이하여야 하고, 자회사 지분을 30%(상장) 또는 50%(비상장) 이상 보유해야 한다. 손자회사는 부품 공급 등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경우를 빼곤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증손회사는 완전 금지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증손회사가 있더라고 지주회사 전환을 승인해주고, 대신 일정 기간 내에 지분을 처분하게 하는 등 부분적으로 전환 요건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재정경제부가 이미 연결납세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제를 위한 세제 환경도 마련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재계는 지주회사제 전환을 위해선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등은 ▶부채비율 기준을 폐지하거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완화 ▶세금부담 완화 ▶지주회사 설립 후 일정 기간 상호주식 보유 허용 등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미국.일본 등에서는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분율이 80~1백%에 이른다"며 지주회사 설립 유도를 위한 기준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현행 제도의 기본틀은 유지한다는 것이 방침"이라며 "그러나 일단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기준에 미달된 문제를 해소하는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이나 근본적인 제도 개선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현행 지주회사 요건>

▶부채비율 1백% 이하

▶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기준

-상장회사 50%, 비상장 회사 30%, 벤처기업 20% 이상 보유

▶손자회사 원칙적 금지.증손회사 완전 금지

▶금융.비금융 자회사 동시 소유 금지

▶자회사 외 국내회사 주식 소유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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