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존자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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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0평 이상의 집에는 반드시 석유「보일러」시설을 해야 건축 허가를 내주겠다는 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게 3개월 전의 일이었을까? 그것이 이번에는 또 연탄「보일러」를 달아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게 됐다.
이번만은 적어도 당분간 바뀌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연탄 「보일러」로 만들었다가 다시 석유로 바꿀 날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석유가 달린다는 것을 두어 달 전에만 알았어도 혹은 이 난리는 없었을 게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든다.
병원에서 춥다고 환자들이 아우성을 쳤다. 주유소 변두리에서는 기름의 암거래가 시작됐다. 관용차도 일요일에는 못쓰게 되었다.
석유 난리를 3개월 전에 몰랐던 것은 어쩌면 우리 국민뿐이었던 것도 같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곳에서 쉽사리 난리가 일어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인류 최후의 날은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 지금 필사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불과 30년 후인 기원 2000년에는 최후의 심판의 날이 올 것이다.
지난해 6월에 「로마·클럽」은 이런 보고를 「유엔」인간환경회의에 제출했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환경 오염도는 기원 2천년에는 지금의 10배가된다. 인구는 또 70억으로 배증 되어 절망적인 식료 부족을 겪는다. 그리고 석유도 바닥이 난다는 것이었다.
1969년말까지에 확인된 석유의 매장량은 8백38억8천3백만㎘, 지금까지 파낸 량이 3백63억7천3백만㎘, 그러니까 계산상으로는 석유자원의 3분의 1을 소비해 버린 셈이다.
그런데 현재의 원유 생산량은 연간 25억4천4백만㎘, 따라서 이대로의 상태로는 소비량의 증가가 없다 하더라도 불과 33년밖에 지탱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에 소비량의 증가율을 연간 3.9%로 잡는다면 25년 정도 밖에 못 간다. 오늘날 온 세계가 해저유전의 개발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해저에서 지금의 매장량의 5배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수명은 고작 30년쯤이 연장될 뿐이다. 그리고 천연 「개스」의 여명도 22년밖에 안 된다.
석유를 비축해 둔다는 것에도 한도가 있다. 「유럽」 각국은 대개 3개월 정도씩은 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47일분의 비축 능력밖엔 없다.
따지고 보면 모든 부존자원이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이다. 「로마·클럽」의 보고에 의한다면 금의 수명은 9년밖에 없다. 철도 93년분 밖에 없다. 석탄의 수명은 1백년을 넘지만 동·연등은 21년분 밖에 남지 않았다.
『21세기에 이르면 기아에 전염병, 그리고 사회질서의 파괴 등에 의해서 지구상의 수십억이 생명을 잃게 되리라.』
이렇게 전 「오스트레일리아」원자력 위원장 「필립·복스터」가 예언한바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혹은 우리 나라도 그 『수10억』속에 낄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점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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