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되찾는데 꼬박 두달 전 10편 중 4편만 옛날에 전향설움····오선지엔 눈물자국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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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망향의 노래 가곡 『가고파』 후편이 원 작곡자에 의해 41년 만에 완성 되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누구나 알고 있는 가곡『가고파』 는 당산 이은상씨 (70) 의 시로 전 10편이지만 곡이 붙은 것은 앞 부분의 4편 뿐이었다.
작곡자 김동진씨 (60·경희대) 는 19세 때인 1932년 (당시 금오 숭실전문학교 문과2년)에 은사 양주동 씨의 권유로 샘솟는 듯하는 영감과 젊은 정열로 불과 며칠사이에 곡을 붙였다.당시 김 씨는 실향의 슬픔 따위는 전혀 모른 채 오직 시상에 심취,작곡했다는 것.
그러나 나머지 6편은 노래가 길어질 것 같아 곡을 붙이지않고 미완성으로 남겼었다.
『가고파』는 그 해 김 씨의 학우 「바리톤」이용준씨 프랑스 유학 중 작고) 가 처음으로 불렀으나 금오지방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었다.
김 씨는 그 뒤 1·4 후퇴 때 월남,계산에서 노산과 처음 만났을 때 비로소 연산을 통해 남한에서 널리 애창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터 김 씨는 『가고파』 후편 작곡을 맘 먹었으나 웬일인지 악상이 쉽게 떠오르지않았다.
김 씨는 『막상 실향민이 되었는데도 망향의 정이 재현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70년10월 김 씨는 마산시 산호공원에 세워진「가고파 노래비」제막식에 참석,마산 시민들 앞에서 직접 노래를 불렀을 때 나머지 6절을 마저 작곡하기로 약속한 일도 있다.
또 지난3윌 22일 김 씨의 회갑기념 가곡집 『내마음』 을 출판하면서 『가고파』후편을 완성하려 했으나 못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최근 당산선생 마화(고희) 기념 사업회로부터「이은상 가곡의 밤」이 열린다는 연락을 받고 마지막으로 손을 댔다.
김 씨는 전편 작곡 당시의 곡상 잇기 위해 무진애를 썼고 2개월 만에 41년 전의 영감을 되살리는데 성공했다.
김 씨는 『「처녀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된 사이,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상하는 대목이 자기의 처지를 읊은 것 같아 오선지를 눈물로 적신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가족의 반을 북에 두고 온 김 씨는 오는 12윌10일 숙대 강당에서 초연될『가고파』 에 벌써부터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했다.
김 씨 자신도 그렇고『가고파』를 초연할 숭의여고 합창단은 피난 온 학교이기 때문이다.
합창을 지휘할 박명섭 교사 (37) 는 『「소나타」애 가까운 복합3부형식인데 「처녀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된 사이‥·」가「클라이맥스」 로 변화가 많으면서도 통일된 훌륭한 곡이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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