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때고 덜 밝히며 덜 움직이는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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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량한 월급쟁이 「존」은 출근길을 서둘러 차를 몰다가 문득 속도 제한표시가 하룻밤 사이에 시속 60「마일」에서 50「마일」로 줄어든 것을 깨닫는다. 도중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려니 「갤런」 당 2「센트」가 더 올라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왠지 썰렁하여 알아본 즉 실내 온도가 20도로 내려가 있다. 하루종일 으시시한 한기 속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외등이 꺼져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들놈들은 「기름이 없어 두 달 동안 방학」이라며 신바람이 났다.』
이것은 미국의 얘기만은 아니다. 온 세계가 당분간 「어둡고 긴」겨울을 지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세계 원유의 60%를 갖고 있는 아랍국은 지난주 11월의 원유생산량을 일당 9월의 2천 50만 「배럴」에서 25%나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더우기 이들은 「이스라엘」이 67년 이전의 경계선까지 물러나지 않는 한 계속 감산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2차 대전에 버금하는 영향력으로 세계를 바꾸고 있는 원유전쟁은 『싸고 간편한 「에너지」 시대』의 종말을 알리고 있다. 세계는 덜 때고 덜 밝히며 덜 움직여야 하는 시대를 맞아 새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작업·여행·「레저」 등에 심대한 끼칠 것이다.
세계 석유의 3분의 1을 소비해 온 미국의 「닉슨」 행정부는 지난주 서둘러 「에너지」 개발기구의 설립을 의회에 요청하는 한편 이번 겨울이 오기 전에 긴급 「에너지」법을 통과시켜 주도록 요청했다. 또 행정조치로 △공공기관회사 등의 유류 대체 계획 중지 △항공기에 대한 행정부의 「제트」연료 배정 감축(민항 10% 감소 예상) △미국 가정의 서간 실내온도를 종전 23도에서 20도로 낮추고 △사무실공장의 연료소비를 10% 줄이며 △자동차 속도는 50「마일」로 제한하는 것 등이다. 또 긴급 「에너지」법은 대통령의 권한을 늘려 1년 내내 「서머타임」을 실시할 수 있고 공해관계법을 완화, 석탄소비를 늘리며 상점기업의 영업시간제한, 해저유전의 민간개발허가 등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 일각에서는 「닉슨」의 이번 조치가 너무 늦고 불완전하다고 평가, 배급제 논의를 하고 있으며 백악관 「에너지」 담당고문 「J·러브」도 내년 봄까지 배급제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예산국 부국장 「소힐」의 말대로 『석유 배급이 시작되면 우리는 강철·「알루미늄」 등도 배급해야될』지도 모를 만큼 석유관련 공업, 예를 들어 화학·「플라스틱」·방직공업 등의 위기는 심각하다.
자동차 매상고는 10월 들어 이미 11.4%나 줄었다.
「에너지」 고갈은 산업생산 감소와 실업증가를 유발, 경기후퇴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 지난 금요일 증시의 DJ지수는 62년 5월의 「검은 월요일」이래 최악인 하루 24 「포인트」 하락을 기록했다.<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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