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들을 세계 정상의 두 목소리 「테발디」와 「코렐리」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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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프라노」「레나타·테발리」와 「테너」「프랑코·코렐리」의 역사적 한국 공연이 14일과 17일로 박두해 왔다. 73년 한국 악단의 백미를 장식할 두 세계 정상 가수의 내한을 맞아 악단의 여러분을 모시고 「테발디」와 「코렐리」의 모든 것을 좌담으로 엮어보았다. <편집자>
조상현=「코렐리」는 이번이 두 번째 내한이지만 「코렐리」「테발디」하면 문자그대로 세계 정상의 가수며 누구나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열망하던 가수입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 악단을 위해서도 기쁜 일이고 이런 기회가 좀더 자주 있었으면 해요. 우선 그들의 음악 세계를 신 선생이 잘 아시겠군요.
신인철=「테발디」가 「마리아·칼라스」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얘기죠. 두 사람은 누가 더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코렐리」는 8년 전 영화 『토스카』로 우리 나라에 처음 알려졌어요. 그때부터 미남에다 건장한 체구, 미성에 반했댔어요.
「이탈리아」에 처음 가서 「벨·칸토」50년 사가 수록된 『목소리의 고향』이란 판을 구해 보니 「카루소」「질리」와 함께 맨 마지막에 「코렐리」가 나오더군요. 그때 「코렐리」의 위치를 재확인했어요.

<음악사에 남을 대 공연>
그의 용모나 미성에 대해서는 한국 「팬」들도 다 알겠지만 「오페라」무대에 나오는데 보니까 눈동자가 번쩍번쩍 하고 「로마」장군 같은 체구가 무대에 꽉 차더군요. 특히 여성 「팬」들은 「코렐리」가 나오니까 황홀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어요.
장혜원=「테발디」한데는 그럼 남성 「팬」들이 반하겠군요(웃음). 지금까지 「탈리아비니」「디·스테파노」등이 다녀갔지만 이번 「코렐리」「테발디」같이 세계 정상의 「테너」「소프라노」가 함께 내한하기는 처음이죠. 정말 역사에 남을 대 공연입니다.
김형주=세계적인 「소프라노」의 쌍벽 「테발디」와 「칼라스」두 사람은 노래, 인간성, 성격이 대조적이고 「뉘앙스」도 달라요. 「칼라스」의 노래가 감각적이고 화려하면서도 차갑게 느껴지는 반면 「테발디」의 노래는 지적이면서도 온화해요. 「드라마틱」하면서도 「리릭」한데 특징이 있는 「테발디」의 노래를 제 개인적으로는 「칼라스」보다 더 좋아하고 있어요.
정경순=「칼라스」는 곡의 해석, 성격묘사에 뛰어나지만 소리 자체로 말하자면 「테발디」한테 미치지 못하는 한급 아래예요. 「테발디」는 소리의 아름다운 표현에 중점을 두고 「칼라스」는 소리에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 두 요소를 한사람이 갖지 못하고 두 사람이 나눠 가진데서 「팬」도 나눠지고 쌍벽을 이루게된 것이죠. 「테발디」의 노래는 소리 자체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특히 중강 음의 아름다움은 말할 수없이 매혹적이예요.

<고음에 갈수록 더 좋아>
조=「테발디」는 노래도 그렇지만 생활자체가 건실한 분이예요. 요즘도 출연 전에는 꼭 어머니사진에다 「키스」한 다음 무대에 나갈 정도로 어머니 은혜를 잊지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테발디」는 「칼라스」에 비해 전 세계악단으로부터 고루 사랑을 받고있지 않아요?
신=「테발디」「코렐리」가 태어난 「이탈리아」남부 쪽의 사람들이 모두 서민적이면서 태양과 같은 뜨거운 정열을 가지고 있어요. 「칼라스」는 「오페라」위주로 노래했지만 「테발디」는 고전 가곡부터 「오페라」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요.
정=「칼라스」는 가곡에 손을 안 댔어요. 「테발디」는 모든 노래를 사랑했고 생애를 바로 예술과 결부시켰죠.
장=「칼라스」가 청중을 의식하고 노래한다면 「테발디」는 예술을 앞세우고 예술에 사는 가수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정=지난번 「코렐리」가 왔을 때 다음 올 때는 꼭 「테발디」를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어요. 「테발디」가 자기와 호흡이 제일 잘 맞는 「콤비」라는 거예요.
신=같은 「테너」로서 「코렐리」를 더욱 존경하게 되는 것은 「테너」의 소리 중 제일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이 고음 A음에서 C음까지인데 「코렐리」는 그 소리가 더 좋은 거예요. 고음에 올라갈수록 호흡 처리가 더 좋고 더 길어지는 것 같아요.
어떤「아리아」에서는 C 「샤프」까지 내는데 마치 G 「샤프」정도를 내듯이 여유가 있었어요.
또 중음에서 저음으로 노래할 때는 콧소리 비슷한 게 나오는데 그게 또 무엇보다 매력적이에요.
김=「코렐리」는 「이탈리아」「오페라」에 있어 최적의 가수인 것 같아요. 180㎝의 장신에다 미남의 「마스크」, 「리릭」과 「드라마틱」한 노래의 양면을 가지고 있어 「스테파노」와 「델·모나코」의 특징을 합쳐서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장=두 대가의 반주를 맡아 제 자신으로서도 영광이예요. 반주는 독창자와 호흡을 같이 해야하고 때로는 「리드」도 해야하는데 정말 책임이 무겁군요. 그들의 예술성·인생관·성격 등을 다 알고 난 다음, 반주하는 것하고 악보만의 반주와는 아주 다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자리에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반주 맡아 책임 무거워>
조=「이탈리아」사람과 한국사람은 예술을 사랑하는 면에서 좀 닮은 기질을 가진 것 같아요. 「테발디」와 「코렐리」는 이미 호흡이 맞는 「콤비」니까 거기에 장 선생의 「앙상블」이 기대되는군요.
장=독주할 때는 자신의 「테크닉」과 성격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지만 반주에서는 「앙상블」을 중요시해야 하니까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지 않고 서로 양보하고 돕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테발디」와 「코렐리」야 제 자신이 완전히 매혹돼있으니까 저절로 호흡이 맞을 것 같아요.
김=이번 두 사람의 내한 공연이 한국 악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중요하고 흥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돼요.
그들은 「이탈리아」「벨·칸토」의 본질을 우리들에게 보여줄 것인데 우리들은 그들의 음악 세계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어야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참가자>-가나다순
김형주<음악평론가>
신인철<테너>
장혜원<피아니스트·반주자>
정경순<소프라노>
조상현<바리톤>

<때>1973년 11월8일

<곳>중앙일보사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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