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표의 뒷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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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 축구협회는 국민들의 기대를 크게 배신하고 있다.
오는 10일로 예정되어 있는 한국 대 「오스트레일리아」 「월드·컵」축구 예선 2차 전을 앞두고 5일부터 일반에게 예매키로 한 입장권이 공매 전에 이미 뒷거래로 매진되었다 하는 작금의 커다란 물의는 축구협회가 직접 그와 같은 부정에 관여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바로 경기 주최자로서 매표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세상이 다 아는 바와 같이 축구경기는 다른 운동 경기에 앞서 지난 몇년동안 온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된, 가위 전 국민적인 경기가 되었고, 오늘날 한국 축구가 국제적으로 누리고 있는 성가 또한 이 같은 전 국민의 뜨거운 지원에 힘입고 있다 하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개최된 「월드·컵」 예선 한·호 1차전때 우리 「팀」이 『무승부의 승리』라는 선전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도 그 배후에 거국적인 국민의 열띤 성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 「올림픽」경기 이상으로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월드·컵」축구 대회에는 많은 나라들이 국가적인 체면과 위신을 걸고 임하고 있다는 것도, 가령 동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을 「내셔널·일레븐」(국가의 11명) 이라는 칭호를 씌우고 있다는 사실에서 역연하다.
이번 한·호전에 임하는 우리 「내셔널·일레븐」에 대해서도 대다수 국민이 국가의 체면과 위신을 위해서 선전을 기원하는 그 열의가 바로 매표장 앞의 장사진으로써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월드·컵」예선은 그러나 국가적인 행사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미 국제적인 경기로서 세계 「스포츠」 관계자들의 주시 리에 개최되는 경기다. 게다가 우리가 상대할 「팀」은 「스포츠」의 나라인 영국적 「페어·플레이 쉽」을 전통으로 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팀」이다.
이와같은 뜻깊은 경기를 눈앞에 두고 그로 해서 고조된 국민의 경기에의 관심을 뒤가 구린 돈벌이의 희한한 「찬스」로 도용하려 했다면 그런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나 그러한 행위를 방임케 한 관리자는 온 국민에 대한 배신의 책임이 막중하다 아니할 수 없다.
3천만의 눈이 주시하고 있는 이 대회를 앞두고 매표구 뒤에서 뒷거래를 할 수 있다고 마음먹은 자들은 예매소의 손바닥만한 창구로 태양을 가려보겠다는 억지와 얌체의 주인공들이다. 공중의 눈을, 아니 공중의 존재를 그처럼 함부로 깔보게된 못된 뱃보는 무엇을 기대고 있는 뱃보란 말인가.
공공단체로서 대한 체육회 산하에 있는 축구협회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진상을 규명하여 관계자는 인책케 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한편 경찰 당국도 이번 예매표 뒷거래를 단속 못한 책임의 일부를져야 마땅할 줄 안다. 그토록 말썽 많았던 개정 경범죄 처벌법에는 표의 뒷거래뿐 아니라, 「새치기」 행위조차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이 이번과 같은 대량의 표의 암매 사건 내지는 줄도 서지 않는「새치기」 사태에 대해선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 마땅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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