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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람에 흔들 … 위헌론 휩싸인 교육감 직선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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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 정치개혁특위 교육자치관련법소위가 열린 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의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날 시·도 교육감 선출 방식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희정·박대동·김학용 새누리당 의원, 백재현·김성주·도종환·윤후덕 민주당 의원. [김형수 기자]

지방선거(6월4일)를 약 5개월 앞두고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직선제가 도마에 올랐다. 직선제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러닝메이트(동반출마) 제도 도입 등 직선제를 대폭 손질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계뿐 아니라 정치권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셈법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논란과 혼선을 키우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난 4년간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2010년 당선된 16개 시·도 교육감 중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등 6명이 유죄로 확정되거나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학업성취도평가와 교원평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교육부와 친(親) 전교조 성향의 교육감이 마찰을 빚었다. 그럴 때마다 교육 현장은 교육부와 교육청 중 어느 편에 줄을 서야 할 지를 놓고 혼란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의 직선제 관심이 떨어졌다. 2006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당시 직선제 찬성 의견은 95%였지만 2012년엔 23.5%에 불과했다.(한국갤럽)

 무엇보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위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 된다’고 명시한 헌법(31조4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 회장은 “선거 자체가 고도의 정치행위이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도 정파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직선제의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톨릭대 성기선(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직선제를 실시한 것”이라며 “오히려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러닝메이트제도 같은 방안들이 헌법 정신을 훼손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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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권대봉(교육학과) 교수는 “현행 직선제는 겉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얘기하면서도 사실상 여야가 개입해 지원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 선거”라며 “교육감과 시장·도지사가 러닝메이트로 함께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학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직선제 도입으로 무상급식과 같은 새로운 의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교육자치제도가 정착돼 가는 과정에서 생긴 일부의 문제 때문에 제도 자체를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직선제가 ‘고비용 저효율’ 제도라는 비판은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부터 제기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교육청이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뽑는 데 투입한 선거 지원 비용은 1261억원이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지자체 선거와 함께 치러진 2010년 58.5%로 높았지만 교육감만 별도로 뽑은 2008년(서울 15.5%)과 2009년(경기 12.2%)엔 10%대에 불과했다. 2010년 지방선거 후 선관위 조사에선 응답자의 58.5%가 교육감 선거에 ‘관심 없다’고 답변했다. 성균관대 양정호(교육학과) 교수는 “후보가 누군지조차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뽑는 ‘깜깜이’ 선거”라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는 훌륭한 교육자라도 돈이 없으면 출마를 못하는 것도 문제다. 선관위에 따르면 2010년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 81명의 평균 선거비용은 11억5600만원이었다. 시장·도지사 후보 58명의 평균 선거비용(10억5000만원)보다 많았다. 경남대 김성열(교육학과) 교수는 “ 경제력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돈 선거’ 방식은 꼭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윤석만·신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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