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 등 보물3점 순식간에 녹아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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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격인 원통보전(圓通寶殿) 뿐 아니라, 보물 479호인 동종이 모두 녹아버렸다.

6일 새벽 전날 불에 탄 낙산사를 돌아본 문화재청 조사단은 종각과 함께 불타버린 잿더미에서 동종을 찾았으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동종 뿐 아니라, 새벽에 모습을 드러낸 낙산사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산불로 절안에 있던 16채의 전각 중 10채가 소실됐다.

특히 이번 산불에 동종을 포함한 낙산사의 보물 3점 등 소중한 문화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낙산사 동종은 조선시대 아버지 세조를 위해 예종의 명으로 1469년 제조한 것으로 현재 남아있는 종 가운데 드물게 임진왜란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범종 연구에 중요한 자료의 가치가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낙산사 주지 청염 스님은 "화재 당시 너무 경황이 없어 동종을 옮기지 못했다"며 "스님들의 수행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애석해 했다.

낙산사의 관문에 해당하는 목조 홍예문(虹霓門.시도유형문화재 33호)은 밑부분인 석축 기단만 남았고 홍예문을 드리웠던 청송은 모두 불에 탔으며 단 위 누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경내에서 진화작업을 했던 소방차 1대도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해 전소돼 화재 당시의 급박함을 짐작케 했고 해수관음상으로 향하는 오솔길과 사찰을 둘러 싼 울창한 해송림도 시꺼먼 재로 뒤덮였다.

홍예문을 지나 사천왕상 옆 범종이 있던 자리는 석주(石柱) 16개만 남긴 채 1m50㎝ 크기의 범종이 아직도 잿더미 속에서 뒹굴고 있었다.

불길이 잡힌 낙산사에는 곳곳에서 매캐한 연기와 함께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잔불정리 현장 주변에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자신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극찬했던 낙산사 특유의 화강암이 동그랗게 박힌 담(垣墻.강원도 유형문화재 34호)도 불길에 시꺼멓게 그을려 흉물처럼 변했다.

다행히 원통보전 바로 앞 낙산사 7층석탑(보물 499호)은 불에 약간 그을리기만 했을 뿐 별다른 '화상'을 입지 않았고, 이 건물 안에 모셔져 있던 건칠 관음보살좌상(보물 1362호)도 안전한 곳으로 옮겨져 구사일생으로 화를 면했다.

한편 잔불정리를 잘했다면, 화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진화용 헬기들이 낙산사 주변의 잔불을 가벼이 보고, 고성산불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연료공급을 위해 속초공항으로 이동한 사이 강풍을 동반한 잔불이 낙산사를 덮쳤기 때문. 일부 낙산사 승려들은 "낙산사에는 유물이 많아 확실히 소화를 해야 하니까 헬기를 남겨달라고 요청했으나 철수했다"면서 "낙산사 화재는 인재(人災)"라 주장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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