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예술중흥의 새 전당 국립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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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나라 무대예술의 하나의 전환점을 가져올 새 국립극장이 남산동측 기슭 장충단에 우묵 섰다. 명동에 있던 국립극장이 그저 옮긴 것이 아니고 이제 처음으로 본격적인 대극장을 짓고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현대적 시설로서 이름그대로 국립극장으로서의 구실을 다하게된 것이다. 기구상으로도 직제가 확립되고 전속단체가 강화되었으며 회전무대 등의 최신시설이 그렇고, 또 대관위주가 아니라 자체공연을 계속함으로써 우리 나라의 무대예술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된 것이다.

<총 공사비 26억원>
17일 개관한 새 국립극장의 공사비는 26억원.
순수연극만을 위한 극장이 아니라 「오페라」「발레」 교향악 등 갖가지 무대예술을 다 올릴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이다.
건물의 외관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 기둥과 주랑을 이용했고 기능면으로 보아 대극장과 소극장으로 나누었다. 대극장은 객석 1천4백94석에 4백평의 무대를, 소극장은 3백44석의 객석에 73평의 무대를 가지고있다.
새 무대는 명동의 전 국립극장무대의 8배. 2백여명의 출연자가 등장해도 꽉 차지 않으며 우리 나라에서 처음 회전·상하·좌우 이동시설로 꾸며졌다. 직경20m의 회전무대가 50초∼3분 동안에 3백60도 회전할 수 있으며 그 속의 대·소승강 무대는 1분 동안에 5m아래까지 내려간다. 또 양옆의 수평이동무대는 동시에 또는 단독으로 무대중앙까지 움직이는데 모든 이런 움직임이 단추하나로 작동된다.
지금까지의 공연에선 막간에 뚝딱거려 귀를 울렸는데 이젠 무대가 암전 되는 사이에 또는 연기가 계속되는 사이에 「세트」를 바꿀 수 있게 됐고 무대조건에 구애됨이 없이 다양한 「신」을 표현할 수 있다.
무대정면의 면막은 양화가 이세득씨가 한국 고전미를 살려 5색실로 엮은 「타피스트리」 작품. 폭24m, 높이 12m 단일막으로 그 무게만도 2t이다.

<면막의 무게 2t>
면막 다음의 역시 우리 나라에 처음 등장하는 주름막은 막이 바뀔 때마다 사용되며 한꺼번에 올라가지 않고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면서 올라간다.

<4단 고정 승강 무대>
면막 주름막 외에 무대 위의 천장은 9층 높이에까지 암전막·「호리전트」막·「스크린」등 53개의 늘임대(적물)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대와 객석사이의 「오키스트러·피트」는 1백명이 넘는 4관편성의 「풀·멤버」를 수용할 수 있으며 무대면과 객석높이·연주시 높이와, 그리고 지하의 4단으로 고정할 수 있는 승강 무대다.

<조명등만 2천개>
대극장의 객석 바닥엔 소음을 삼킬 듯 산뜻한 푸른 「카피트」가 깔렸고 유독 2층 중앙에는 붉은 「카피트」를 깔았는데 바로 「로열·박스」다. TV중계시설이며 5개 국어 동시 통역장치 등을 마련한 것도 이 건축에 특별히 배려한 점이다.
조명시설 역시 다목적 무대에 맞춰 현대식 「리모트·컨트롤」설비이며 조명등이 모두 2천7개로 소요 전력은 1천7백㎾.
자동으로 색을 변화시킬 수도 있고 7장면의 조명을 미리 준비해놓고 「스위치」하나로 조종하는 장치도 갖추었다.

<무대 마이크 자동>
그리고 TV중계와 영화촬영 때도 보조광원이 필요 없게 밝은 조명도 할 수 있다.
입체음향으로 사실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거니와 「스피커」는 객석과 복도「로비」까지 합치면 2백여개. 무대면에 설비된 4개의 「마이크」는 자동으로 승강 한다.
국립극장은 새 극장의 신축을 계기로 기구상으로도 대폭 정비 강화되었다.
19명의 직원이 1백21명으로 늘어났고 산하에 국립극단·국립교향악단·국립「오페라」단·국립무용단·국립「발레」단·국립창극단·국립합창단·국립가무단의 8개 전속단체를 두었다.

<인재양성 힘써야>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와 같이 현대식의 좋은 극장을 지었다고 해서 그 무대에 올려지는 예술이 바로 훌륭해 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적 시설을 어떻게 활용해서 무대예술을 꽃 피우게 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계획으로 인재의 양성과 대우 개선이 앞서야 하며 극장의 신축보다 더 많은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민족예술 새 전기>
무대가 없어 빈손으로 예술에 몸바쳐온 우리 나라의 무대예술인들은 새 국립극장의 개관이 민족예술의 주도체로서 새 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글 이영섭기자 사진 양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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