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교육학의 정립|성옥연<중앙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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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6차 국제 교육학회가 지난 9월3일∼9일 「파리」의 「도핀」대학에서 열렸다. 세계56개국에서 온 7백 여명의 회원과 함께 필자도 「교육학에 있어서 기초과학의 기여」라는 주제에 참여하여 현대사회에서의 교육학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69년 「바르샤바」대학에서 제5차 총회를 가진 뒤 4년만에 열린 이번 회의는 국제교육학회장 「쇼돌스키」교수(「바르샤바」대), 명예대회장 「드베스」교수(「소르본」대), 대회장 「미알아레트 교수(「캉」 대)의 주도로 진지한 토론을 가졌다.
회의기간 중 오전에는 「현대교육철학의 방향」「교육학에의 도전」「교육학에 있어서 생물학·사회학·경제학의 기여」「아동심리학의 교육학에의 기여문제」 등에 대한 강연을 듣고 오후에는 교육사·비교교육수학·심리분석·표현학·교육공예학·교육심리·교사자질문제 방법론·교육철학·사회심리학 등 12개의 분과로 나누어 분과회의를 가졌다. 1주일간의 회의를 통해 얻은 결론은 오늘날의 교육에서는 교육자의 신념에서 출발한 새로운 가치관과 교육의 깊이를 보다 심화할 수 있는 교육학의 정립이 시급하다는 데로 모였다.
많은 시대적 과제를 안은 교육적 상황에서 교육학의 발전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보았으며, 그 내용은 결국 교육 속에 포함된 인간적 요인에서 출발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교육은 반드시 학자에 맡겨져 이상적 개혁을 기다려야만 하는가? 학생·교사·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교육사회의 조직은 학자들을 「콤플렉스」로 몰아넣고 있다. 순수한 객관적 교육방법이 절대적인 것으로 존재할 수도 없고, 따라서 교육실천가와 교육학자의 제휴만이 앞으로 점점 늘어나는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결국 교육자와 교육학자는 그 사명이 분리되면서도 그 속에서 각각 기여도의 수준을 찾아야 한다.
교육학은 학교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모순된 점들을 교육학·심리학·정치학·경제학·사회학 등의 방법으로 분석하고 명시해 주어야 한다.
특히 비교교육의 분과에서는 동구와 서구의 회원들이 그들 나름의 문제점들을 제기했고 학교와 사회의 불균형, 대학에 대한 사회에서의 지원의 감소 등에 대한 문제들이 토의됐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회원들은 정치·사회적 탐구 없이 오늘의 실정에 맞는 학교교육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현대교육의 미로는 이 구조의 변경에 따라 쇄신의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시대적 사명감을 감당하기 위한 교육학자체의 반성도 아울러 진행됐다.
교육학은 오늘날의 벅찬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미비한 채 남아있고 새로운 인간적 가치관수립에 대한 교육의 능력도 부족한 형편에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대회의 주제가 말하듯 기초과학, 그 중에서도 특히 생물학에 대한 교육학의 기여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한 회의의 결과는 교육학의 깊이를 좀더 심화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반성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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