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협의체·개헌모임 … '87년 체제' 뛰어넘을 중도파의 새 실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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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진영논리를 극복하려면 여야의 중도파가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진 의원 을 중심으로 여야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건 긍정적인 징조다. 지난달 새누리당 서청원·정몽준·남경필 의원 등이 주도하고 민주당 문희상·정세균·이석현 의원 등이 호응해 발족한 여야 5선 이상의 ‘중진 협의체’는 정국이 꼬였을 때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막후 창구로 떠올랐다. 최근 철도파업을 중재해 낸 새누리당 김무성, 민주당 박기춘 의원의 활동도 중진들이 제 역할을 한 것이란 평가다.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던 한나라당의 ‘국회 바로세우기 의원 모임’(황우여·남경필 의원 등)이나 민주당의 ‘민주적 국회 운영 의원 모임’(원혜영·김성곤 의원 등)과 같은 중도 성향의 의원 모임을 활성화하자는 목소리도 많다.

 최근 여야 중진들이 주축이 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모임의 취지는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보장한 ‘1987년 체제’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대선의 승자가 권력을 독식하고 패배한 측은 철저히 배제되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구조로는 사생결단식 대결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개헌론의 역사는 길다. 1997년 대선 때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DJP연합(김대중+김종필)을 성사시켰지만 개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4년 연임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명박정부에서도 여권 주류가 여러 번 개헌론을 들고 나왔지만 박근혜계의 비협조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이 되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다 빨려들어서 이것 저것 할 그것을(엄두를) 못 낸다”며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그러나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달 한길리서치의 조사에선 유권자 4명 중 3명(74.8%)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별취재팀=정치부 김정하·권호·강태화·하선영·김경희 기자, 국제부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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