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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해서 매덕스·매덕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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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의 그레그 매덕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금지 약물을 복용하며 ‘잘못된 힘’을 키울 때 매덕스는 정교한 제구력으로 통산 355승을 거뒀다. 그는 “피칭은 힘이 아니라 두뇌로 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게티이미지]

마운드에 선 ‘제구력의 마술사’는 금지 약물의 힘을 빌린 거인들을 이겼다.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회 투표에서도 그레그 매덕스(48)는 ‘약물 거인’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는 1936년 명예의 전당 설립 이후 최초로 100% 득표를 바라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사이트 ‘베이스볼 싱크팩토리’는 명예의 전당 기자단 투표 중간집계를 7일(한국시간) 공개했다. 투표권을 가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 570명 중 22.8%인 130명이 매덕스에게 예외 없이 표를 던졌다. 최종 발표일인 9일까지 현재 기록이 이어진다면 매덕스는 명예의 전당 사상 처음 100% 득표로 입회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취재 경력 10년 이상의 기자로 구성된 BBWAA는 지난해 11월 명예의 전당 후보 36명(은퇴 후 5년이 지난 선수)을 발표했다. 투표권자는 최대 10명의 이름을 쓸 수 있고, 75% 이상 득표하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매덕스가 100% 득표를 바라보는 건, 뛰어난 기록은 물론 지혜와 정직의 덕목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약물로 얼룩진 시대를 극복한 투수라는 점이 명예의 전당 득표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키 1m83㎝, 체중 77㎏인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작은 체구에 속한다. 젊은 시절엔 최고 시속 153㎞의 공을 던지기도 했지만 매덕스는 빠른 공보다는 정확한 공을 던지고 싶어 했다. 전성기 시절 매덕스는 야구공 반 개(지름 약 3.6㎝) 단위로 컨트롤을 했다. 정교한 제구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타자를 농락하는 공 배합도 가능했다. 정교한 기술과 명석한 두뇌를 갖춘 그는 ‘마스터’ ‘그라운드의 교수’로 불렸다.

 매덕스는 1992년부터 4년 연속 최고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내셔널리그)을 받을 만큼 강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4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한 투수는 매덕스와 랜디 존슨(50·1999~2002년) 둘밖에 없다.

 또 1988년부터 2004년까지 17년 연속 15승 이상을 거둔 꾸준함도 남달랐다. 차곡차곡 통산 355승을 쌓아올린 그는 명예의 전당 후보에 처음 올랐다.

 역대 최고 득표율은 통산 311승을 거둔 투수 톰 시버(70)가 기록한 98.84%(1992년)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1895~1948)는 95.13%, 행크 에런(80)도 97.83%였다. 아무리 뛰어난 기록을 세웠다 해도 인성이나 리더십 등이 문제돼 몇 표 정도는 돌아서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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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은 명예의 전당 투표 사상 가장 끔찍했다. 금지 약물 여파로 단 한 명의 입회자도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약물 복용 의혹을 받거나 시인한 로저 클레멘스(52)·배리 본즈(50)·새미 소사(44) 등이 은퇴 후 5년이 지나 처음으로 후보에 올랐고, 다수의 기자들은 아무에게도 표를 던지지 않았다.

 매덕스는 지난해 ‘백지 투표 사태’의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약물이 만든 힘에 의존하지 않은 그의 ‘깨끗한 기록’은 투표 열기로 이어졌다. 애틀랜타에서 매덕스와 함께 마운드를 지킨 톰 글래빈(48·득표율 97.7%), 통산 521홈런을 때린 프랭크 토머스(46·90.4%), 3060안타를 기록한 크레이그 비지오(49·80.8%)도 중간집계에서 선전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매덕스의 100% 득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소한 시버의 역대 최고 득표율 기록은 깰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는 총 146명이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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