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5개월 내 달러 당 110~115엔 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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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앞으로 3~5개월 이내에 엔화가치가 달러당 110~115엔까지 떨어질 것이다. 원화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 기업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디시전이코노믹스 앨런 사이나이(사진) 회장은 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초청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한국 기업들은 엔저에 대비해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나이 회장은 1983년부터 14년간 리먼브러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한 경제전망 전문가다.

 사이나이 회장은 “한국 정부만큼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한국 경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3.5%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9%와 3.8%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낮은 물가상승률과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다”며 “한국 증시가 지난해 낮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경제의 단기적 위험요소로는 일본의 경기 부양책을 꼽았다. 엔저에 따라 원화 강세가 지속하면서 수출중심 국가인 한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이나이 회장은 “일본은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을 3~5개월 내에 110~115엔까지 이르게 하는 등 엔저 기조를 강하게 끌고 갈 것”이라며 “이는 원화가 계속 강세를 유지한다는 것이고, 한국 기업엔 경쟁자가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4엔 수준이다. 이것이 110~115엔까지 간다는 것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 초중반(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일 경우)에 이른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불황이 끝나는 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이웃 국가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사이나이 회장은 “2015년까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성장세에 들어갈 것”이라며 “올해 미국의 GDP는 2.8% 성장하고 일본은 2~3%, 중국은 빠르면 올해 8%대 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보다 빨리 경기 회복이 진행되면 각국 중앙은행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이나이 회장은 “미국 경제는 그간 진행해온 양적완화의 효과가 올해 중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4분기나 내년 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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