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의 기문진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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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기국회는 열띤 대정부질문으로 시작됐다. 근3개월만에 열린 국회는 김대중씨 사건, 외교 및 안보문제, 경제문제에 대한 질문을 폈다. 5일간의 대정부질문에 여야의원 17명이 나섰으며 정부 쪽에서는 김종필 총리와 거의 전 국무위원이 답변했다. 김대중씨 사건을 다룬 첫 3일간은 방청석이 꽉 찬 가운데 진지한 분위기였는데『통치가 있을 뿐 정치는 없다』고 한 김영삼 의원(신민)의 발언이 회의록에서 삭제되어 한 때 논란이 있었고 정일형 의원(신민)이 외교·안보문제질의에서 김대중씨 사건을 거론한 것이 문제되어 발언 중단사태를 빚기도 했다. 대정부질문의 기문진답을 간추린다.
▲외무부는「10·17」국회해산으로 8대 의원들에게 발급했던 관용여권을 다 무효화하고 회수했는데 유독 양일동씨에 대해서만 외교관 여권이 그대로 존속될 수 있었던 이유를 대라.(김수한 의원)
일본에 가는 이유가 급박한 건강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외교관 여권사용을 1차에 한해 허락했다.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그 신분을 전 국회의원·정당의 당수라고 변경했다. (윤 외무차관)

<위장보도 한건 방야무도>
▲일본의 한 주간지는 월남의 방첩사진을 한국인양 소개했다. 일본의 일부 언론이 얼마나 한국이 싫었기에 월남헌병이 월남거리를 걸어가는 사진을 대한민국의 거리로 위장 오보하는 방야무도한 태도를 자행하는 것인가.(이도선 의원)
-일본언론에 주의를 환기한 바 있다.(김 총리)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대의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언론이 정부를 자유스럽게 비판할 수 있고, 야당의 말을 자유스럽게 보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해외교포들이 이국 땅에서,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외국에 나갔을 때 떳떳하게『나는 한국사람이다』, 이렇게 자랑할 수 있는 조국을 만들어야 되겠다. 김 총리는 한 정권의 총리라는 입장을 떠나 국민의 편에 서서 분명한 답변을 해 달라.(김영삼 의원)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일상생활에 자유를 영위할 수 있고, 자기 생각이 내일에 연결되면서 희망을 가지고 땀흘려 일할 수 있는 한나라의 분위기가 확실하다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어떤 제도가 민주주의 평가기준이 안 된다고 본다.(김 총리)

<정부 신뢰도의 판단은 상이>
▲김 총리는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일하면 그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냐고 말했으나 과연 국민이 정부를 믿느냐, 안 믿느냐에 대해서는 피차에 판단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에 언론자유가 창달되고 대의정치가 강화되고 인권이 존중됨으로써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다함은 공식이다.(송원영 의원)

<소득 천불 될 때 언론자유>
-나는 송 의원하고 민주주의 논쟁을 벌일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부여해서 답변하겠다. 언론자유의 한계는 없는 것이냐, 언론자유라는 것은 무한정한 것이냐, 바로 며칠 동안 일본언론의 횡포에 대해 이 국회에서 대단히 문제가 컸었다. 이러한 일본의 언론이 그대로 여기에 들어왔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겠는가. 내일 우리도 1천불·2천불 소득이 되는 날 북쪽의 공산주의가 있건 없건 능히 더 폭넓고 깊이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 총리)
▲김대중씨 납치범인들은 정치적 확신범이다. 그들은 국가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김용성 의원)
-아무도 그것을 부인할 증거를 갖고 있지 않고 도리어 그렇게 추리하는데 상당한 이유를 발견한다.(신 법무)
▲도대체 김씨를 동경 한복판에서 납치해서 일본과 한국의 경계망을 뚫고 서울까지 데리고 왔다는 소위 구국동맹이라는 정체는 무엇인가. 수사본부에서는 한다는 소리가 문화공보부에 이 단체의 등록여부를 알아보았다니 이 얼마나 국민을 우롱하는 얘기인가.(김영삼 의원)
▲이러한 어마어마한 범죄를 감행할 수 있는 구국동맹 행동대와 같은 사 조직체가 법치를 자랑하는 한국 내에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김수한 의원)

<검색망 어떻게 뚫었는지 몰라>
-모든 검문검색의 조직망이 있어서 철저를 기하고 있으나 어떻게 들어왔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김 총리)
▲일본의 일부 언론인과 좌경정치인들은 북괴와 중공의 앞잡이가 되어 한·일간의 친선을 깨고 일본을 좌경화 시키려고 하는 것 같이 생각된다.(김용성 의원)

<제2사건 막기 위해 연금>
-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해 갖는 기본자세는 변질되지 않았다고 본다.(김 총리)
▲만일 일생을 통해서 김씨 사건의 범인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김대중씨의 오늘과 같은 연금상태는 영구히 계속된다는 말로 해석된다.(김수한 의원)
▲김씨는 피해자이냐 피의자이냐.(김영삼 의원)

<조급하겠지만 정부 믿어 달라>
-조급하겠지만 정부를 신뢰하고 이해해 주는 협조를 바라마지 않는다.(신 법무)
-더 규명해 봐야 알겠으나 현재로서는 피해자의 한사람이라고 생각한다.(김 총리)
▲일본의 어수선한 양상을 보건대 이것은 일종의 선전포고 또는 선전포고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인상을 받았다.(민병기 의원)
▲북한의 8·28성명에도 불구하고 7·4공동성명이 아직까지 살아있는가? 남북대화는 영구히 중단되는 것인가?(김상연 의원)

<1만원권 가치는 7천원>
-북한의 8·28성명은 일종의 대화기피선언으로 생각하며 나는 남북대화 파기선언이라고 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김 통일원 장관)
▲72년에 6백41억원의 세입결함을 내는 등「6·25」동란 후 처음 보는 적자예산을 운용했다. 이것은 비상국무회의에서 재정을 마음대로 주무른 처사 때문에 생긴 비참한 사태다. 적자재정운용으로 인해 1만원 권은 사실상 7천원의 가치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정해영 의원)

<누구도 인플레 예견 못해>
-세계 역사상 금년처럼 세계적인「인플레」가 일어나리라고 누구도 상상 못했다.
물가고는 수요의 증가보다도 수입「인플레」에 기인한 원가상승요인의 부문이 더 크다. 가격의 이중구조현상이 없다고는 답변하지 않겠다.(태 부총리)
▲일본은 요즘 마치 종주국 같은 고자세로 우리를 대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도대체 일본으로부터 얼마나 원조를 받았단 말인가.(정해영·김용채 의원)
-원조중단 운운하는 일본보도는 심히 불쾌하다. 일본으로부터 경제원조 받은 사실 없다. (김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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