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2)어른의 실수가 꺾은 어린 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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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상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비극과 그렇지 않은 비극이 있다. 이번 수원시 마장초등학교의 참사는 후자에 속한다.
아침에 공부하러 학교에 간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어느 모로 든 수업이라고 볼 수 없는 힘겨운 노동을 하다가 생명을 앗겼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생각하는 것조차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볼 때 결과만 그렇게 나쁘지 않았더라면 무심히 보아 넘길 수도 있었을 것 같은 그 사건의 발단에 더 많은 문제가 있고, 그런 문제들은 마장초등학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더 두려워해야 하겠다. 걸핏하면 학생들을 무상의 노동력으로 환산하는 버릇과, 자유학습을 정규수업보다 경시하는 경향, 그리고 아이들의 체력의 한계를 무시했던 무지 속에서 이 사건은 생겨났다. 고학년이래야 고작 여남은 살 된 아이들. 2m정도의 언덕만 무너져도 고스란히 파묻히는 그 어린것들에게 이미 그것 자체가 위험성을 지닌 힘에 겨운 삽과 곡괭이를 들게 한데서 비극은 시작된 것이며 경험이 부족한 젊은 여교사혼자만 했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경험이 많은 교장이나 간부교사는 그 시각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사고 당일에는 비가 내렸다는데 이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이 사건은 결코 천재가 아니다. 인간의 잘못에서 빚어진 불행. 인간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불행인 것이다. 그런데 대체 인간의 죽음에 대하여 다른 인간이 무슨 방법으로 보상을 할 수 있으며 무슨 방법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말인가?
생명이란 대치 불가능한 것이다.
사전에 막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라면 다시 또 다른 소를 잃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철저히 점검하는 성의가 있어야겠다. 해바라기 핀 언덕 밑에 깔려 뼈와 살이 오그라져 죽은 이 어린아이들의 참극을 잊지 말고, 날마다 아이들의 주변을 조심스러운 눈으로 보살피는 교육이 행해질 때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 산 교훈이 될 것이다.
어린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착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없다.
어른들이 보살피고 키워야 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하여 이들의 아픈 죽음을 잊지 말기를 거듭 당부한다. <강인숙(숙명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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