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살아난 희대의 '사기꾼'

미주중앙

입력

2100만달러 횡령후 자살을 위장하고 도피한 에버리 리 프라이스의 평소 모습(왼쪽)과 노숙자로 위장한 모습(오른쪽).

조지아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횡령하고 자살을 위장한 엘리트 은행원이 도피 1년 6개월만에 덜미를 답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전 은행원인 에버리 리 프라이스(49)가 지난 1일 조지아주 브런스윅에서 횡령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지난해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횡령한 뒤 “자살하겠다”며 자취를 감춰 서류상 ‘사망’했던 사람이었다.

금융전문가인 프라이스는 조지아 남부 소도시 에일리에 있는 ‘몽고메리 뱅크&트러스트’의 운영자로 근무했다. 그는 불경기로 폐업 위기에 처한 이 은행을 되살리기 위해 초빙된 인물이었다. 그러나 결국 2012년 6월 은행 돈 2100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또한 자신이 운영하던 자산관리회사 고객들의 돈 수백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도 추가됐다. 그의 불법 행위가 밝혀지자 은행은 결국 문을 닫았다.

그는 기소 직후 가족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죄책감에 더 이상 살아갈수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종적을 감췄다. 이후 그가 플로리다 남단 키 웨스트에서 배를 탄 모습이 목격됐다. 검찰은 그가 유람선에서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그의 시신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연방 해양경비대가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쳤음에도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아 궁금증만 커져갔다.

그러나 실종 1년 6개월만인 지난 1일 프라이스는 조지아 브런스윅에서 유리창 틴팅이 너무 짙다는 이유로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1년 6개월간에 걸친 도피 행각이 끝난 순간이었다. 체포당시 그는 엘리트 은행원의 말쑥한 모습 대신, 턱수염에 장발까지 기른 노숙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난 18개월 프라이스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는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 관계자에 따르면, 프라이스는 타주에서 노숙하며 일용직 노동자로 건설 현장 등을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주에서 도피생활 중이던 그는 조지아에 자신의 트럭 등록증을 갱신하러 왔다 덜미를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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