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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의 귀환, 영국 드라마 매력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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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셜록 홈즈(베네딕트 컴버배치)(左), 존 왓슨(마틴 프리먼)(右)

영국 드라마(영드) ‘셜록’의 인기가 심상치않다. 시즌 1·2에서 이미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셜록’은 지난 1일 새 시즌을 공개하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영국 BBC에서 베일을 벗은 시즌3, 1부 ‘빈 영구차’편은 약 1000만명이 시청했다. 셜록을 보기 위해 퇴근 시간을 앞당기고, SNS 사이트가 관련 글로 도배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미 유럽·아시아 등 180여개국에 수출됐다.

‘셜록 신드롬’은 우리나라도 비켜가지 않았다. KBS2에선 미국보다 빠른 5일 밤, 1부 더빙판을 방영했다. 시청률 사각지대인 일요일 자정 이후 방송했음에도 3.8%(닐슨 전국)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시청률의 두 배였다. 방송 직후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셜록’은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를 오늘의 영국으로 소환한 작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설 탐정’ 셜록 홈즈가 고전적이면서도 음산한 도시 런던을 배경으로 각종 범죄를 해결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엮었다. 특히 영드 ‘셜록’은 원작의 이야기나 대사를 그대로 가져올 정도로 충실한 고증을 거쳤고, 현대로 배경을 옮기면서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을 가미했다. 간추리면 ‘셜록키언(셜록 매니어)’들이 재해석한 21세기형 괴짜 영웅 이야기다.

시즌2에서 죽은 줄 알았던 셜록(왼쪽)은 시즌3에서 살아 돌아와 존 왓슨과 재회하고, 함께 런던 테러 사건을 해결한다. [사진 BBC]

 ◆왜 영드 ‘셜록’인가?=이 드라마의 힘은 우선 독창적인 캐릭터에서 나온다. 21세기 런던의 셜록은 천재적인 추리능력은 있지만 괴팍하고 무례하며 인간적으로 약점이 많은 인물이다. 범죄의 전말을 파헤치는 데는 살인범을 능가하는 욕망을 내비치고, 스스로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라 부를 만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원작 『셜록 홈즈』는 셜록이 얼마나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수사하는지 중점을 둔 기능적인 소설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청자는 구원에 대한 판타지가 복잡해지면서 영웅에게 더 다양한 모습을 원한다”며 “영드 셜록은 이런 매력을 충족시켜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판 셜록 드라마인 ‘엘리멘트리’(미국 CBS)가 멜로를 강화한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영국판은 무성애자에 가까우면서도 반영웅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셜록을 연기한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38)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컴버배치는 선악이 공존하는 묘한 얼굴과 중저음의 독보적인 음색으로 지금껏 가장 개성있는 셜록을 만들어냈다. ‘셜록’ 출연 이후 그는 마이클 파스빈더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영국 남자 배우로 떠오르며 영화 ‘스타트랙’ ‘호빗’ 등에 출연했다.

 셜록과 존 왓슨 박사(마틴 프리먼 역)의 ‘브로맨스(brother+romance)’ 코드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이유다. 감정이 거세된 채 살아온 셜록이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면서 사랑과 우정이란 감정을 알아가고, 그 서툰 관계 속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컴버배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셜록’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사람들이 셜록과 존의 관계에 열광하기 때문”이라며 "존은 셜록을 더 인간답게 만들고 셜록은 존에게 흥미진진한 모험을 선사하면서 강력한 조합을 이룬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드 특유의 강점도 지적됐다. 민성욱 백제예술대 교수는 “미국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영국식 블랙 코미디나 사회 풍자 요소가 드라마 곳곳에 녹아 있고, 런던의 명소를 적재적소에 보여주면서 미장센의 매력을 잘 살렸다”고 평했다.

 또 팬들이 이야기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열어놓은 것도 미드에선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예컨대 극중에서 셜록과 존이 운영하는 블로그(각각 www.thescienceofdeduction.co.uk, www.johnwatsonblog.co.uk)를 실제 웹상에 운영해 셜록 매니어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시즌3의 관전 포인트=2년 만에 돌아온 새 시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셜록의 성장기다. 작가 스티븐 모팻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리즈를 “‘탐정소설(detective story)’이라기 보다 ‘탐정에 관한 소설(a story about a detective)”이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인물에 초첨을 맞췄다는 이야기다. 그는 “시즌1의 셜록이 어린아이 같았다면, 시즌2에선 사랑이나 공포, 상실 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시즌3에선 좀 더 인간적인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절대악을 상징하는 모리아티의 계략으로 시즌2에서 죽음의 경계까지 갔던 셜록이 살아돌아온 뒤 겪게 되는 여러 변화가 스토리의 중심 축을 이룬다. 괴짜 탐정이 세상과 충돌하며 빚어내는 블랙 유머는 줄어든 대신, “미안하다” “고맙다” 라고 감정을 표출하는 좀 더 따뜻해진 셜록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새 시즌에선 존이 결혼하면서 콤비의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제작진의 초심은 여전하다. 새 시즌은 코난 도일의 작품 중 ‘빈 집의 모험’ ‘네 개의 서명’ ‘마지막 인사’를 모티브로 시리즈를 재구성했다. 런던이 테러 위협에 빠지는 등 스케일도 커졌다. 존의 아내 역할로 프리먼의 실제 아내인 아만다 애빙턴이 캐스팅된 것, 컴버배치의 친부모이자 배우인 티모시 칼튼과 완다 벤덤이 셜록의 부모역할로 깜짝 출연하는 것도 볼거리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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