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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앞으로 … '갑오개혁' 벼르는 서정원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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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서정원 수원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좀 더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화성=김민규 기자]

1920년대 ‘골프의 신’이라 불렸던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 보비 존스는 “사람은 패배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 이긴 게임을 통해서 배운 일이 없다”고 했다. 실패와 시행착오의 상처는 쓰리지만,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의미다.

 요즘 프로축구 수원 삼성 서정원(44) 감독은 보비 존스의 가르침을 품고 산다. 서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에 올라 이병근(41)·최성용(39)·고종수(36) 등 수원의 프랜차이즈 스타들로 코칭스태프를 꾸렸지만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 5위에 그쳐 4위까지 주어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좌절됐고, 2010년부터 이어 오던 ‘숙적’ FC 서울전 무패 행진도 지난해 8월 1-2로 패하며 9경기만에 막을 내렸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도 있었지만 지난해 선수 연봉 공개 이후 K리그에 불어닥친 ‘긴축 재정’의 영향으로 스테보(32)·라돈치치(31)·보스나(34) 등 높은 연봉을 받는 핵심 전력을 한꺼번에 내보낸 게 직격탄이 됐다.

 수원의 올해 첫 훈련이 열린 4일 경기도 화성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서 감독의 얼굴은 심기일전의 각오로 가득했다. 지난해 말 단기 유럽 연수를 다녀왔다는 그는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프랑스를 돌며 강팀들의 경기를 관전했고, 디트마르 크라머(89) 감독, 르네 지라르(60) 감독 등 은사들의 조언도 경청했다”고 했다. 1991년 올림픽대표팀에서 만난 이후 20년 넘게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크라머 감독은 애제자에게 “실패를 두려워 마라. 지난 1년간 널 아프게 했던 경험들이 결국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격려했다. 스트라스부르(프랑스) 시절 사제의 연을 맺은 지라르 감독은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마라. 늘 코치들과 머리를 맞대라”고 충고했다.

 서 감독이 가슴에 품은 새 시즌 목표는 ‘진격의 축구’다. 서 감독은 “지난해 성적은 다소 미흡했지만 선 굵은 축구에서 벗어나 아기자기한 패스워크 축구를 도입하고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을 대거 발굴하는 성과도 있었다”면서 “올해는 공격적인 스타일을 덧입혀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압박, 피오렌티나(이탈리아)의 전술적 유연성, 릴(프랑스)의 공격 전개 방식을 알차게 흡수해 우리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현범(27)·이용래(28·이상 군입대)·곽희주(33·계약만료) 등 핵심자원들이 올겨울에 팀을 떠났다. 하지만 서 감독은 개의치 않고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사령탑으로서 불가피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은 항상 있다”고 언급한 그는 “남아 있는 선수들과 새 얼굴들을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하는 게 먼저다. 선수를 추가로 데려오는 건 전력의 취약점이 드러난 뒤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더 많은 선수를 공격 지역에 투입하는 게 목표다. 라이벌 서울도 ‘공격적인 수원 축구’에 대해 더욱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성=송지훈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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