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초 코스닥 '훈풍' 계속 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연초 코스닥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6일 코스닥은 1.29포인트(0.26%) 오른 500.62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499.99로 장을 마무리한 뒤 사흘 만에 500선을 넘어섰다. 코스닥이 500선 위로 올라간 건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이다. 엔저(低)와 기업 실적 우려로 휘청거리는 ‘형’ 코스피보다 나은 ‘아우’인 셈이다.

 덩달아 중소형주 펀드도 힘을 받고 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이 1월 첫째 주 순자산 10억 이상, 운용기간 2주 이상 펀드 주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국내주식형 펀드는 -0.42%를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코스피200 인덱스펀드(-1.09%)가 가장 부진했다. 그러나 중소형주 펀드는 오히려 0.87% 수익을 냈다.

 전문가들은 연초 코스닥이 선전하는 이유로 ‘1월 효과’를 꼽는다. 연말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기관투자가들이 연말 수익률 관리를 위해 보유종목을 집중 매수하는 현상)’과 배당을 위해 대형주에 몰렸던 자금이 새해 들어 다시 중소형주로 흘러들면서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말 외국인들이 대형주 매수세를 주도하면서 돈이 코스피 쪽으로 쏠렸다가 새해가 되자 엔저·원고의 영향과 4분기 실적 우려로 다시 코스닥으로 일시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가 상승의 한계에 부닥치면서 투자자들이 대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영증권 한주성 연구원은 “현대차는 엔저 현상, 삼성전자는 모바일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생겼다. 이 때문에 자금이 또 다른 투자처인 코스닥으로 흘러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은 지난해 5월 말 580선을 돌파한 이후 긴 ‘숨 고르기’ 과정을 거쳐야 했다. 외국인들이 장을 주도하면서 대형주가 많은 코스피 시장에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정훈석 연구위원은 “지난해 코스닥 평균 지수가 530선 정도였는데 현재 주가가 500선이라 가격 면에선 매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시장 외부의 영향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유화증권 최성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7월 정부가 대주주의 범위를 지분 5% 이상에서 4% 이상으로 늘리면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연말에 쏟아져 나왔다”며 “이들 매물이 흡수되면서 주가도 상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코스닥의 선전이 올해 내내 이어질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KB자산운용 최웅필 펀드매니저는 “단기적으로는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시황이 좋을 순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려면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경기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중소형주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실적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정훈석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어려워지면서 중소 협력업체들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도 강해져 실적이 크게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의 강도에 따라 사정은 좀 달라질 수 있다. KDB대우증권 이대우 창조비즈니스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창조경제를 다시 강조하고 나서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에 투자할 때는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체 없는 ‘테마주’의 유혹이다. 신영증권 정규봉 연구위원은 “코스닥은 거래량이 적어 소문에 휩쓸려 주식을 샀다가는 하락장에서 팔기도 쉽지 않다. 근거 없는 기대나 소문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전망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길·안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