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스탈린 식 숙청 재현…소 지식인 탄압|공개석상에서 날조된 죄과를 강제로 참회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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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5일 소련당국은「표트르·야키르」와「빅토르·크라신」을 기자회견에 끌어내어「참회 극」을 연출시킴으로써 지 난 수년동안 진행되어 온 자유파지식인들에 대한 탄압이 30년대「스탈린」의「피의 숙청」과 정도를 같이 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했다.
「스탈린」의 숙청방법의 비인간적 측면은 정적을 육체적으로 매장시키는데서 끝나지 않고 이들을 공개석상에 끌어내어 날조된 죄과를 참회케 함으로써 정신적으로도「비인간화」시키는데 있었다.「조지·오웰」의 작품『1984년』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끔찍한 정적말살방법이 현실에서 일어난 예이다.
현 소련당국은 해외에 여행중인 저항지식인들(메드베데프, 찰리제)로부터 국적을 박탈하여 이들의 귀국을 막거나 추방(시냐프스키)시킨 후 이들이『조국을 이탈했다』고 선전함으로써 지식인들은「애국심」이 없다는 본보기를 만들었다. 또 반정부적인지식인을 정신병원에 넣어 이들이 주장하는 소련사회의 자유화가 비정상적인 정신의 소산이라는 선전의 자료로 삼았다.
「스탈린」이후 숙청대상을 공개석상에 내어놓고「참회 극」을 연출시킨 것은「야지르」와「크라신」의 경우가 처음이다.
이들의 참회가「연극」이라는 증거는 뚜렷하다. 우선 참회내용이 재판에서의 기소내용과 대동소이했다는 점이다.
「야키르」는 72년 봄 영국을 방문중 어느 영국인 기자에게『만일 내가 체포되어 지금까지 내가 행동해 온 신념에 반하는 말을 했다는 소식을 듣거든 그것은 날조이거나 강요에 의한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라고「유언」했던 것이다.
지난 5일「참회 극」에서 한 영국기자가「야키르」에게 이 발언을 상기시켰을 때「야키 르」의 대 답은 이러했다.
『그런 말을 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자(영국기자)는 개인적으로 한 이야기를 왜 보도한단 말인가. 지금 내가 한 참회 사실은 내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야키르」의 아버지「이오나스·야키르」장군이 37년「스탈린」의 총살 대에 의해 처형되었다는 사실이다.
국가간에는 화해의 미소를 보내면서 국내에서는 온갖 못된 짓을 하는 이 모순의 해결이야말로 세계평화의 대 전제일 것 같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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