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부문 출품 적고 의욕 안보인 사진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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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전에서 분리된 건축 및 사진 전람회는 금년으로 3회. 상 제도도 대상·금상이니 하던 명칭에서 최고상을 대통령상으로 이끌어 올리고 또 초대 및 추천 작가 상까지 마련함으로써 말하자면 순수 미술 부문의 국전에 준 하는 격식을 갖추었다. 물론 자금은 그보다 적어 최고상이 80만원이고 기성 층의 초대 작가 상이 50만원.
분리 당시의 반 대열에 비하면 이제 어엿한 독자성을 길러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부문의 독자전이 본래의 취지만큼의 체모를 갖추기까지는 아직 요원한 느낌이다. 건축은 통틀어 8개 작품의 출품뿐이고, 사진 부문도 도무지 의욕을 안 보인다. 분리 자체가 이들 부문의 독립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고 타의적 분가이므로 허술한 살림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단이나 건축 계 내부에서 등한시하는데 연유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사진 부문의 경우 소재가 건설적이고 칼라가 많아진 것을「향상」그것인 양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들 작품이 무엇을 「어필」하게 하는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초대 작가 이건중씨는「몽타지」한『설일』을 내놓았다. 눈 쌓인 나무 밑으로 부엉이 한 마리가 쭈그리고 앉은 사진인데「몽타지」가 너무도 드러나게 띨뿐더러 오린 자국에는 먹칠까지 했다.
사진 작품이「몽타지」를 해선 안 된다는 철칙은 없고 또 내용에 따라서는 보다 효과적인 주관을 강조할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순수 창작에선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게 우리의 상식이고 더구나『설일』이「몽타지」해서 강조해야 할 만한 내용을 가진 작품도 못 된다.
전시회는 오는 20일까지 덕수궁 안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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