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글 "일본, 주변국과 관계 개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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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헤이글

미국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일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과의 전화회담에서 “일본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고 지지(時事)통신이 5일 보도했다. 헤이글 장관은 4일 오노데라 방위상에게 이같이 요구하면서 “일본은 (미국과) 공통의 목표인 지역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 국방부도 별도 발표를 통해 헤이글 장관의 대화 발언을 공개했다.

 교도통신은 “헤이글 장관의 발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오노데라 방위상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부전(不戰) 맹세를 하려 했던 것이며 한국·중국의 마음에 상처 입히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미국 측의 이해를 구했지만 헤이글 장관은 이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일 언론들은 전했다.

 당초 미·일 국방장관 간 전화회담은 지난해 12월 27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아베 총리가 전날 갑자기 야스쿠니를 참배하자 미국 측이 연기를 요청했었다.

 NHK는 그러나 6일 “이번 미 국방부 성명을 보면 참배 직후 미 정부의 공식 견해였던 ‘실망’이란 표현이 쓰이지 않았다”며 “(미국이) 일본에 어느 정도 배려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은 아베 총리에 대한 강력한 비난을 이어갔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3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아베 총리가 지금처럼 마음대로 행동하다가는 뒷감당을 하느라 힘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일본이 다시 군국주의의 길을 걷는다면 결코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일정책 수정을 촉구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5일 “아베는 외조부이자 전범이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DNA를 물려받았으며 역사 문제에 있어 이성을 잃은 편집광”이라고 원색적 비난도 했다.

베이징·도쿄=최형규·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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