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에 강하다 … 4륜구동 VS 2륜구동 '겨울 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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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눈이 쌓인 도로, 얼음이 채 녹지 않은 다리 위나 응달 길이 두려운 계절이다. 겨울을 맞아 각 자동차업체들이 미끄러운 길에 강한 4륜구동 차량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2륜구동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최근 자동차 안전기술이 발전하면서 눈길 안전 기능이 강화된 2륜구동 차량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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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륜구동은 앞바퀴 2개나 뒷바퀴 2개만으로 움직이는 전륜구동이나 후륜구동과 달리 차의 네 바퀴에 모두 동력을 전달하는 형태다. 바퀴 4개에 모두 개별적으로 구동력을 전달하거나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눈길이나 미끄러운 길에서 2륜구동 차량들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최근 들어 종류와 가격대도 한층 다양해졌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에 4륜구동 시스템인 에이치트랙을 장착해 4륜구동 승용차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250만원을 추가하면 전 등급에서 선택이 가능한 옵션이다. 부담이 작은 가격이라 지난해 11월 27일 출시 이후 초기 보름 동안의 사전계약자 중 71%가 4륜구동 옵션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4륜구동 선택률이 2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제네시스 출시 이전 국내 유일의 4륜구동 승용차였던 쌍용차의 체어맨W도 여전히 건재하다. 쌍용차는 1월 체어맨W 구매자에게 280만원 상당의 4륜구동 시스템을 무료로 장착해주기로 했다. 체어맨W 구매자들은 추가 부담 없이 4륜구동의 맛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승합차인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에도 4륜구동 모델이 추가됐다. 현대차는 이 차의 주요 고객층이 겨울철 빙판길, 비포장 도로 등 험로 주행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행성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4륜구동 시스템을 추가했다.

 한국GM은 지난 연말 SUV인 쉐보레 캡티바의 2014년식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4륜구동 최저 등급이었던 2.2디젤 LT 등급보다 가격이 86만원 낮아진 LT스마트 등급(3204만원)을 새로 추가했다. 한국GM 관계자는 “4륜구동 SUV의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쪽에는 선택의 폭이 더 넓다. 최근 출시된 BMW의 뉴 X5에는 앞바퀴와 뒷바퀴의 구동력을 0~100%로 자유자재로 나눠주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이 설치됐다. 아우디의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장착한 A6 TDI 콰트로는 지난해 1년 내내 국내 판매량 10위 이내에 들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차인 뉴 E클래스에도 4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됐다. 이탈리아의 고급차 브랜드인 마세라티도 지난 연말 자사 최초의 4륜구동 승용차인 올 뉴 콰트로포르테 S Q4를 국내에 출시했다.

 하지만 4륜구동에도 단점은 있다. 2륜구동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무게가 더 무거워 연비가 낮다. 이 틈새를 2륜구동 차량들이 파고들었다. 자동차 안전기술이 발전하면서 2륜구동으로 4륜구동 못지않은 겨울철 주행 안전성을 갖춘 차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푸조 3008 1.6 e-HDi에는 ‘그립 컨트롤’이라는 장치가 탑재돼 있다. 노면 상태에 따라 차량의 지면 접지 상황을 바꿔주는 기능이다. 운전석에서 평지·눈·진흙·모래·ESP오프의 5가지 모드 중 하나를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눈 모드를 선택하면 눈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닛산 알티마에는 액티브 언더 스티어 컨트롤(AUC)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이 장치는 회전을 할 때 안쪽 앞바퀴에 제동을 걸어 회전 축의 움직임을 높이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젖은 노면, 빙판길, 비포장 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회전을 할 수 있다. 인피니티 Q70(기존 M), 인피니티 QX60(기존 JX)은 2륜구동 모델에서도 주행 모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눈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 반응을 낮춰서 좀 더 안전하게 주행이 가능하다. 페라리의 웨트(wet) 모드도 비슷한 기능이다.

 메르세데스-벤츠에는 전 차량에 전자식 주행 안정 프로그램(ESP)이 장착돼 있다. 각종 센서가 바퀴 속도와 가속도, 조향각도, 브레이크 압력 등을 감지해 차량의 움직임에 변화가 일어나면 자동으로 안전한 방향으로 수정한다. 볼보의 주행안전시스템(DSTC)도 센서의 작동을 통해 눈길이나 빗길에서 고속 주행 시 차량 뒷부분이 흔들리거나 한쪽으로 쏠려 도로를 이탈하는 현상을 막아준다. 미끄러짐이 예상되면 엔진 출력을 감소시키거나 바퀴에 제동을 거는 형태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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