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년 전에 사람이 산 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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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주도 빌레목 동굴의 구석기시대 혈거 유적을 발굴한 문화재 관리국은 순록의 이빨과 선각의 돌 및 타제석기 등을 찾아내 약 4만년 전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확인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앞서 황금의 화석을 발견했던 지점의 퇴적토를 샅샅이 파보는 이번 발굴에는 영남대 정영화 교수와 문화재 관리국 이호관 연구관이 참가, 실시했는데 이번 이 자연동굴 혈거유적의 연대와 빙하시대에 있어서 제주섬의 연륙 상황 등을 밝히는 매우 귀중한 증거를 얻은 것이다.
제주시 서쪽 애월면어음리 소재의 이 동굴은 굴속 1·5㎞지점에 혈거유적이 있는데 그 지점에서 불과 8m거리에 본시 동굴 입구였을 것으로 보이는 불에 그을린 자취와 탄화된 화석을 발견했으며 현재 그 통로를 뚫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수만년 동안 동굴 안 암반 위에 퇴적된 유적 토층은 25㎝∼1m. 31평방m의 넓이를 파면서 면밀히 조사한 결과 상층에서는 3만5천년∼4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동물화석과 타제석기가 많이 드러났고, 그 아래 토층에서는 6만∼8만년 전 타제석기만이 채집됐다. 채집된 「스크레이퍼」·돌칼·찍개 등 타제석기가 84점, 홍곰의 대치와 순록의 이빨을 비롯한 동물 화석이 58점, 그밖에 목탄이 포함돼 있으므로 「카본·데이팅」에 따라 연대가 더욱 확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치아 화석 가운데 순록의 이빨은 연대 추정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순록은 빙하시대에 서식했던 동물로서 곧 홍적세 빙하기의 「바로미터」처럼 고고학계에서는 주목해 오고 있다. 북쪽 만주·「시베리아」 지방에서는 발견의 예가 많으나 우리 나라에서 이런 순록의 치아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특히 그것이 제주도라는 점에서 당시에는 육속돼 있던 것이 섬으로 떨어지게 됐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거무스레한 용암의 석편(길이 15㎝, 폭8·5㎝)에 새겨진 선각은 약 4만년 전 중기 구석기의 말기에 해당된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돌의 판판한 면에 다른 뾰족한 돌 끝으로 그은 듯한 선각은 사실상 희미해서 냉큼 알아보기 힘들지만 대체로 사슴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정 교수의 의견이다. 이런 선각 석편은 공주 석장리 구석기 유적에서도 발견된 예가 있고, 그밖에 고령과 울주의 암각과도 연관될 수 있는 것이 주목되는 바 크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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