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다산을 만난다, 작지만 알찬 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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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에 위치한 장전미술관의 전경(위 사진)과 전시실 내부. [사진 장전미술관]

남도의 끝자락인 전남 진도에는 장전미술관이라는 특별한 문화공간이 있다.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등 거장들의 작품이 190㎡의 전시관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서예작품과 한국화 외에도 서양화와 조각, 공예품, 도자기 등 10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원래 서예가인 장전 하남호(1926~2007) 선생의 생가를 증축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하 선생이 1989년 사재를 쏟아 만든 미술관이 전통 예술의 가치를 알리는 전시시설로 거듭난 것이다. 개장 후 20여 년 동안 남진미술관이란 명칭을 썼으나 2012년 3월 설립자 아호인 장전(長田)으로 이름을 바꿨다.

 미술관 1층은 하 선생의 작품 20점으로 꾸며져 있다. 국전 18회부터 21회까지 네 번 연속 특선을 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소전 손재형(1903~1981)에게 글씨를 배운 그는 예서(隸書)와 행서(行書)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2층에는 미술관에서 소장한 희귀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전시관에는 추사 김정희의 ‘명월송간조’와 한석봉의 ‘왕희지 필진도’ 등 명필들의 글씨로 가득하다. 다산 정약용의 매화도와 이당 김은호의 미인도, 우암 송시열의 옥산시고 등 거장들의 역작도 볼 수 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힘있는 필체를 엿볼 수 있는 시첩과 율곡 이이의 ‘간찰(편지첩)’ 등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3층 전시실에서는 장전가(家) 사람들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청아 하국자, 청목 하영규, 규방 하송자 등 10여 명의 문인들이 한국화와 서예, 조각, 공예 작품의 진수를 보여준다. 도자기 전문 전시관인 온고관(溫故館)에는 토기와 고려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주옥 같은 작품이 많다. 미술관 주변에는 소치미술관과 소전미술관, 나절로미술관, 남도석성 등이 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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