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하늘길보다 비싼 연평도 배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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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천~연평도 간 배 삯이 도마에 올랐다. 김포~제주 간 비행기 값보다 비싸서다. “연평도에 오려던 관광객을 내쫓는 주범이 여객선료”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현재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 구간 1인 왕복 여객선료는 카페리 기준 10만7600원. 2월 출발 김포~제주 왕복 할인항공권을 요즘 예매할 수 있는 돈인 8만4800원보다 훨씬 비싸다. 항공료 8만4800원은 공항이용료과 유류할증료가 포함된 값이다.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도 아니다. 2월 11일 오전 10시30분 김포를 출발해 2월 13일 오후 5시40분 제주에서 돌아오는 진에어 항공권이 이렇다. 인천에서 연평도까지는 107㎞, 김포에서 제주는 450㎞로 거리 또한 훨씬 가까운데도 인천~연평도를 오가는 배 삯이 더 많이 든다.

 비싼 배 값은 관광객들이 연평도를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부 이연주(35·경기도 수원시 권선동)씨는 지난 연말 시댁 식구들과 함께 연평도로 1박2일 일몰 구경 여행을 가려다 그만뒀다. 시댁까지 7식구가 가려면 왕복 여객선료만 70만원이 넘어서다. 결국 이씨 가족은 2월 제주도에 가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씨는 “전체 비용은 제주도가 더 들겠지만 여행의 가치를 따지면 오히려 제주도가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연평도 여객선료는 서해 다른 섬을 오가는 노선과 비교해도 높다. 인천에서 193㎞ 떨어진 백령도는 요금이 13만원이다. 1㎞당 요금으로 따지면 연평도는 503원으로 백령도(337원)보다 49% 비싸다.

 연평도는 실제 2010년 포격 여파가 가셨는데도 관광객이 줄고 있다. 연평·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 관광객은 2012년 158만3800명에서 지난해 163만7200명으로 늘었으나 연평도는 같은 기간 10만3300명에서 10만1900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여객선지방해양항만청과 여객선 회사에 운임 인하를 건의하고 나섰다. 주민 대표가 지난달 말 선사와 간담회를 했다. 그러면서 “1㎞당 단가를 백령도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렇게 하면 인천~연평도 간 왕복 운임은 7만2000원 선으로 조정된다. 주민들은 “인천~연평도 뱃길은 독점구조가 높은 가격을 낳았다”고 말한다. 실제 인천~백령도 노선은 3개 선사가 경쟁하고 있으나 인천~연평도는 고려고속훼리 1개사가 운영 중이다. 최성일(52) 연평도 주민자치위원장은 “노선에 신규 여객선사를 투입해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연평도 노선을 독점 운영하는 고려고속훼리는 일단 배 삯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금 겨우 수지를 맞추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고려고속훼리 측은 또 “성수기를 빼면 정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노선에 신규 선사를 투입하면 우리와 그쪽 모두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성일 위원장은 “경쟁을 통해 가격이 떨어지면 승객이 늘어 여객선이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운항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며 “다만 초기에는 선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자리 잡힐 때까지 정부가 일정 부분 보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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