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살림 망치는 살림정보 궁금하면 수요일밤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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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

‘위키피디아가 죽어간다(Wikipedia is dying).’ 지난달 9일 발간된 미국의 시사잡지 뉴스위크의 기사 제목이다. 위키피디아는 2001년 만들어진 인터넷 웹사이트로 ‘집단 지성으로 이룩한 백과사전’으로 불린다. 현재 전 세계 287개 언어로 3000만 개 항목이 실려 있다. 각 항목의 부분 부분에 해박한 자유 기고가들이 근거를 달아 해설을 붙여 항목 전체를 완성한다. 정확한 해설을 위해 비영리단체인 위키피디아 재단에 자원봉사자들까지 힘을 보태 마지막까지 사실 관계 확인에 집중한다. 설립 초기엔 열린 광장, 인터넷을 활용한 좋은 사례로 평가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한데 최근 뉴스위크가 지적한 위키피디아의 위기는 기사의 부제목에 요약돼 있다. ‘흔들리는 집단 지성의 왕국-편집 기준과 다양성의 결여, 편집자 간의 이념싸움이 위키피디아의 기반을 잠식한다’다. 2011년 세계 ‘위키피디아 편집자 서베이’에 따르면 (이 사이트의) 편집에 참여하는 이들은 무서울 정도로 첨단기술에 해박한 30대 대학 재학 이상 학력자, 그들 중 91%가 남성이라고 한다. 현재 위키피디아의 많은 항목이 이들의 시각에 의해 일정 정도 왜곡되거나 편향돼 있다는 진단이 기사의 요지다. 인터넷 활용성의 명과 암을 볼 수 있는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JTBC 프로그램 `살림의 신`의 한 장면. 출연자들이 주방 환기구 필터 청소법을 실험하고 있다. 연기자 이선진, MC 정지영, 연기자 황은정(왼쪽부터). [사진 JTBC]

무거운 이야긴 여기까지. 재미있는 퀴즈가 하나 있다. ‘가글액, 선크림, 버터, 토마토 주스. 이 네 가지 중 녹슨 가위를 말끔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정답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8일 방송 예정인 JTBC 프로그램 ‘살림의 신-베스트 오브 베스트 특집’에 등장한 코너 주제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카페 등에 퍼져 있는 여러 가지 살림 비법을 골라 실제 실험을 통해 비법의 진위를 가리는 코너다. 누군가 고민을 올리고 그 답변을 단 것, 블로그나 카페 운영자가 직접 작성하거나, 누군가의 글이 그럴듯해 보여 퍼나른 것도 있다. 인터넷 이용자는 정보를 사실로 믿고 수용하거나, 미덥지 못하다 생각하고 지나치면 그뿐이다. 하지만 비법을 실제에 적용해 보려는 사람은 고민한다. 녹화에 참여해 토마토 주스를 검증해 보겠다고 나선 연기자 성병숙씨. “딸아이 자전거 녹 슨 걸 토마토로 제거했다는 게시판 글을 많이 봤다”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이 방법을 택했다. 가글액에 대해서도 인터넷만 검색해 보면 실제 효과가 그럴듯하게 묘사된 글이 많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인터넷 게시판 내용과는 영 딴판이었다. 다른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검증 코너에 소개된 살림법 일부는 아예 효과가 없는 걸로 밝혀지기도 했다.

인터넷이 정보 접근성을 높여 ‘정보 민주화’를 이뤘다고들 한다. 순기능도 있지만 요즘은 오히려 피곤할 때도 많다. 뉴스위크가 지적한 위키피디아의 오류처럼, 작성자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정보도 꽤 있다. 생활의 지혜 하나 얻으려다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시대란 얘기다. 정보 홍수 시대, ‘베스트 오브 베스트’처럼 진짜 비법을 가려내는 비법이라도 있어야 하겠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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