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길…영국의 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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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대예술의 왕국」이었던 영국의 극장무대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73년도 상반기 「시즌」을 통해 영국 안에서 공연된 무대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훨씬 떨어지는 수준의 것들이었다.
「헤럴드·펀터」나 「존·오스본」을 이을만한 젊은 작가의 출현도 없었고 「조안·리틀우드」나 「피터·브룩」같은 명 연출의 전통을 이을 신예 연출가도 없었다. 또한 기획에 있어서도 신선한 맛이라곤 조금도 없는 케케묵은 구식들로 일관되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전통적으로 영국무대 예술의 큰 힘이 되어 왔던 연기진「올리비에」경을 비롯, 아직도 쟁쟁한 명우들이 꺼져 가는 영국의 무대 위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고있다.
영국 안에서 제작된 작품들은 시세가 없는 가운데서도 「프랑코·제피렐리」의 새로운 제작·연출작품 『토요일·일요일·월요일」은 예외적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영화에서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연출의 만능인「제피렐리」의 이 새로운 작품이 「올리비에」경과 「조안·플라우라이트」 그리고 인기상승의「데니스·퀼리」등에 의한 탄탄한 연기진으로 앞으로 계속 많은 관객을 불러들일 것 같다.
왕립「셰익스피어」극단이 「런던」에 국립극장 등 영국 최대의 극단들도 이번「시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왕립「셰익스피어」극단은 지난 「런던·시즌」에 『쥴리어드·시저』·『「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공연하고 이어서 9월부터는 「리콜·윌리엄스」를 기용, 『티터스·안드로니커스」를 공연할 예정이었으며 다음 「스트랩포드·시즌」으로 내려와서는 『당신 뜻대로』와 『리처드2세』를 공연 할 예정인데 주요역을 맡은 「버너드·콜로이드」가 척추「디스크」로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런던」 국립극단은 「체흡」의 『버찌 농원』을 재 각색·제작하며 공연 중에 있는데 반응은 신통치 못하다.
무엇보다도 영국 무대예술의 쇠퇴를 실감하게 하는 것은 소극장들의 상업극화 경향-수년 전 「영국무대예술 희생의 돌파구」로 일기 시작한 소극장운동이 금년에 와서는 소규모 상업 극으로 안주해버리고 만 것이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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