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리지 않을까-세계의 식량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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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년째 계속되는 세계적인 이상기상 때문에 곡류나 대두의 국제가격이 몹시 올랐는가하면 지난 6월부터는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이 끝내 각국의 수출 규제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 파문은 두부나 된장·육류·유제품의 단순한 가격 인상만을 빚어내는 것이 아니다. 장래의 식량에 불안마저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세계적인 식량부족의 특징은 단백질을 둘러싼 정세가 유달리 심각하다는 점이다.
발단은 「페루」해역의 멸치 흉어. 남태평양의 고기압이 약해져 남미서안을 흐르는 한류에 이상이 생기는 통에 멸치가 떼죽음을 했던 것이다.
어분으로 닭·돼지의 주된 사료가 되는 멸치 불황은 곧 어분의 핍박을 초래했고, 「핀치·히터」인 콩깻묵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면서 콩깻묵의 부족과 대두 가격의 인상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한편 남태평양의 고기압이 약해진 것과는 거꾸로 인도양의 고기압이 강해졌다.
작년부터 금년까지 「필리핀」「인도네시아」인도 소련 등이 지독한 한발을 보였다.
소련은 흉작에 따른 곡물부족을 메우기 위해 작년에 미국을 중심으로 3천만t에 가까운 곡물을 들여갔다. 소련의 이 같은 대량매입은 곧 세계의 곡물수요를 크게 변화시켰다.
소맥·옥수수 등의 국제가격이 급등했다. 일본의 경우 옥수수 등을 사용하는 배합사료의 값이 지난 1월부터 두 달 사이에 20%가 올랐다.
사료가격 인상은 육류와 유제품에도 영향을 지난 1월에 7엥 50전(1㎏당)하던 생산자 유가가 최근에는 4엥 정도 되었다. 닭고기 값도 올랐다. 4월에 70엥(1백g)을 하던 것이 최근에는 1백∼1백 5 엥이 되었는데 오는 9월께는 사료 값의 대폭 인상기미와 함께 닭고기 값도 한층 더 오를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련의 경우 작년에 흉작이라 했지만 사실 60년대 후반의 평균수확량을 상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곡물을 대량 매입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소련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축산물의수요가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사람들의 기호·식생활 관습의 변화 때문인데 칼로리 섭취를 위해 곡물을 직접 먹는 것 보다 곡물→가축→인간의 순서를 택하는 탓이다.
이에 따른 곡물의 소비량은 단순한 곡물→인간의 경로보다 7배나 된다.
육식을 주로하는 미국인의 경우 식용과 사료용을 포함하여 한 사람이 연간 8백㎏의 곡물을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일본인은 2백 60㎏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 같은 축산물의 수요증가는 특히 최근 들어 세계적인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곡물이나 대두의 수요증대는 당연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기상학자들은 지구가 한냉화 되어 가면서 기상의 변동이 불안정한 것으로 예측하고있다.
그렇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미국이나 소련이 풍작일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세계적인 식량부족도 잠시나마 숨돌릴 틈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 결코 장래의 식량사정에 대해서는 낙관을 불허하고 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식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 일본의 경우 육류·유제품·계란·유지류의 소비는 눈에 두드러질 정도로 증가했으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 가장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대두의 96%, 소맥은 92%, 농후사료는 67% 정도를 수입하는 만큼 당연한 걱정이나 설상가상으로 농촌의 붕괴가 급속하여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지금 일본에서 현재의 식량정책의 근본적인 개혁으로 장래의 식량위기에 대처해야 된다는 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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