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신용 보증엔 자동차운전면허증이 으뜸…미소를 짓게 하는 「캐나다」의 합리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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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얼마 전 신문에 「캐나다」의 「온테이리오」주 정부에서 성년이 된 주민에게 신분증명서를 발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 이유로는 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운전면허를 받지 못한 사람, 혹은 상품을 외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크레디트·카드」를 안 가진 사람들이 자기 신분을 밝혀야 될 경우 다소 애로가 있음을 참작해서라는 것이다.
「캐나다」에 와서 몇 달 안된 어느 날 처음 들어간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근무하는 회사에서 발행한 수표를 주자, 상대방은 대뜸 자동차운전면허증을 가졌느냐고 묻는다.
단골이 아니고 게다가 동양인이니까 그 수표에 적힌 이름과 수표소지자가 일치하는가를 확인하려는 의도임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만일 자동차 운전면허를 못 받았다면 약간은 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했을 것이다.
또 한번은 거래가 없는 은행에 가서 타인의 명의로 발행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자 역시 자동차운전면허증을 가졌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위의 경우 외에도 키가 작거나 앳되게 보이는 사람이 미성년자출입이 금지된 극장·오락장 혹은 국영주류판매점에 입장코자 하는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성년자임을 입증하는 증명서제시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
국가에서 발행하는 「카드」에는 사진이 없는 것이 특징인데 「캐나다」에서 사진이 붙은 증명서는 단두가지 뿐이다. 즉 여권과 자동차운전면허증. 자동차운전면허증에 사진(「플라스틱·카드」에 직접 인화되어 있음)이 등장한 것은 72년도부터이다. 그러면 왜 자동차운전면허증이 신분을 밝히는데 가장 많이 애용(?)되고 있는가?
첫째, 대부분의 성인이 이를 소유하고 있고 운전 때엔 반드시 휴대해야 하므로 항상 몸에 지니고 있다.
둘째, 성명은 물론 현주소와 생년월일이 명기되어 있고, 사진까지 불어 있어 본인여부를 식별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생년월일 중 출생연도는 따로 적혀있고 출생월일은 유효일자와 똑 같았다는 것이다. 즉 발행한 날로부터 만5년이 경과 후 맞이하는 자기생일이 면허유효 마감일 이라는 것이다.
행여나 유효마감 일자를 잊어버려 면허증을 갱신못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누구나 외고있는 자기 생일날짜를 유효마감일자로 정한 것을 통해 합리적이고 「유머러스」한 「캐나다」행정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작년부터 자동차운전면허증에 사진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가짜 운전사가 늘어나(남의 면허증을 갖고 운전하는…) 이의 단속을 위해 취해진 조처라고 추측할 수 있다.
부수적으로 은행이나 상점의 고객신원파악에 「플러스」를 주고 있기도 하지만…. <캐나다=이원용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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