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상아탑 서울대 캠퍼스 보존할 길 없나-문리대 건물 매각…아파트 건립계획에 각계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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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상아탑의 상징으로 자랑하던 서울대 문리대 「캠퍼스」에 15층짜리 「매머드·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란다.
서울대가 확장, 이전 계획중인 관악산「캠퍼스」건설의 재원조달을 위해 현재의 동숭동「캠퍼스」매각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전통 있는 대학의 원형을 송두리째 없애버리고 꼭 「아파트」만 지어야 하느냐는 문제로 각계에서 여러 가지 반향마저 나타내고 있다. 관악산「캠퍼스」 총 예산은 2백61억원(71년도 불변가격). 이중 50%는 자체 재산매각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73년도 예산 중 53억2천2백만원을 재산매각으로 채워야되나 이미 처분한 미대와 사대부고 대금 6억9천만원만이 확보됐을 뿐. 이에 따라 서울대는 지난 24일 문교부를 통해 문리대·법대 등 동숭동「캠퍼스」와 사대의 매각을 국세청에 의뢰했다.
서울대는 그 동안 관계기관을 통해 S대·S여대 등에 문리대 구입교섭을 벌였으나 원매자가 없어 할 수 없이 국세청에 의뢰, 주택공사가 새로운 원매자로 나타나 「아파트」건립계획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교수를 비롯한 일부 당국자들은 동숭「캠퍼스」를 살리는 방안의 하나로 종합의학「캠퍼스」로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서울대 의대는 현재 74년말 완공계획으로 83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금의 부지에 「매머드」부속병원을 건립 중이다. 권이혁 의대학장에 따르면 신축병동의 완성 후 병원「스탭」이 3천명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학생수가 많아지면 의대와 병원의 기구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
현 의대에는 운동장도 없으며 암 연구소·결핵연구소·풍토병 연구소·국민체력의학연구소·인구 의학연구소 등 5개 부속연구소는 간판만 걸어두었을 뿐 충분한 연구실이 없는 실정이다.
의대 측은 문리대「캠퍼스」에 의대와 치대를 흡수시켜 장차 연구실·강의실·부속병원·기숙사 등을 갖춘 종합「메디컬·캠퍼스」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교육투자이며, 동숭동「캠퍼스」를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회적인 문제로 동숭동에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것은 도시인구분산정책에도 어긋나며 주택가 조성이 주변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서울시가 문리대 뒤쪽 낙산에 녹지대를 파괴하고 시민「아파트」를 세운 것이 도시환경을 해친 것인데 더구나 문리대부지에 1천5백 가구의 「아파트」를 세운다면 서울의 도시교통·교육 등에도 장래에 크게 악영향을 준다는 것. 또 현존건물을 송두리째 없애는 것은 국가재산을 손실한다는 점에서도 반대의견을 나타내는 인사가 많다. <전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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