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이기는 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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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견디기 힘든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더위 속에서 주부가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가족들의 식생활관리이다. 이런 때 자칫 구미를 잃게되면 하루하루 더위에 지치고 점점 식욕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오게된다. 그러면 어떻게 가족들의 입맛을 더위 속에서 지켜갈 수 있을까. 체질에 따라 더위를 이겨내는 형태가 가지각색인 것처럼 여름철 구미를 돋우는 음식들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먼저 가족들의 체질과 취향을 파악해야 한다.
땀을 흘리며 뜨거운 국물을 훌훌 마시고 나서 『시원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고 또 입맛을 잃었다해도 비교적 회복이 쉽다.
그러나 체질이 약한 사람이나 아이들은 이열치열의 음식들을 견뎌내지 못하고 일단 입맛을 잃고 나면 되찾기도 힘들므로 한끼 한끼의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여름음식으로는 영계백숙, 대구탕 등의 뜨거운 탕 종류와 찬 냉국 종류, 그리고 오미자, 꿀, 보리수단 등의 음료들을 들 수 있다. 음식재료는 닭, 파와 마늘, 고추, 깨, 미역, 밀가루나 녹말가루가 많이 쓰였고 겨자, 후추, 초를 어느 계절보다도 많이 먹었다. 거기다 깻잎, 마늘, 오이 등으로 만든 짭짤한 밑반찬들이 여름철 식탁에 한몫 끼고있다.
이러한 여름철 음식의 구성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아주 합리적인 식단이라고 볼 수 있다. 영양학자들은 여름음식이 『영양가가 높으면서 소화가 잘 되고 「비타민」함유량이 높을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닭고기, 밀가루, 꿀, 깨 등은 다른 어느 식품보다도 소화 흡수율이 높은 식품들이다.
『더위를 이기는 가장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온 파와 마늘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피부의 건강과 저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A와 C를 많이 가지고 있고 탄수화물의 일종인 「이눌린」을 포함, 소화액의 분비와 흡수를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채」로 불리었고 우리 나라에서는 오랜 보약제로 쓰여온 마늘의 효능에 대해서는 인삼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뚜렷이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체험적으로 마늘의 효력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많다. 마늘 술이나 마늘 안주는 먹으면 곧 속이 쏘는 듯 뜨거워지기 때문에 뜨거운 국과 소주한잔, 그리고 고추장에 찍은 생마늘은 우리 서민들이 더위를 이기는 대표적 「메뉴」가 되고있다.
겨자, 후추, 초등은 그자극성으로 입맛을 돋우는 것과 함께 위안에서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므로 여름철에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여름철의 식탁은 우리의 전통음식에 기초를 두면서 뜨거운 것, 찬 것, 입맛을 돋우는 것 등을 고루 배합하도록 한다. 어느 것이든 과식은 좋지 않으므로 식탁전체를 담백하게 차리면서 영양식 한 두 가지를 곁들이는 정도로 한다.
▲뜨거운 음식=진한 양념과 고춧가루를 듬뿍 풀어 땀을 흘리게 하는 「시원한 음식」은 자주 먹으면 역시 위에 부담이 가므로 1주일에 한번 정도로 한다. 그밖에 매일 매일의 식탁에 따끈한 음식을 준비하도록 한다.
조개를 생강·마늘·마·소금을 넣어 끓인 조개탕, 콩나물국, 생굴고추장찌개, 북어국, 파장국 등이 좋다.
▲찬음식=오이, 미역, 가지 등의 냉국과 육류, 생선, 야채를 겨자·초에 버무린 냉채를 들 수 있다. 냉국은 끓였다 식힌 물과 그들로 얼린 얼음을 쓰도록 하고 재료는 양념간장에 버무린다. 냉채는 쇠고기, 닭고기, 오징어, 새우·전복, 한천 등 그때그때 있는 재료들을 익혀서 차게 식혔다가 먹기 직전 오이·당근 등의 채소를 곁들여 겨자초간장에 버무려 먹는다.
좀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민어나 조기를 얇게 포를 뜨고 녹말을 입혀 끓는 물에 익혀낸 후 차게 식혔다가 역시 녹말을 입혀 접시에 담아 초장과 함께 내는 옛날식 어채도 별미이다.
▲구미를 돋우는 것=외국에서도 여름요리는 진한 「소스」에 버무린 「샐러드」 주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간장이 「소스」를 대신할 수 있다. 파·마늘·참기름·깨소금·풋고추 썬 것·식초·겨자 등 여러 가지 양념의 배합에 따라 각종 간장을 만들 수 있고, 또 중국식으로 말린 붉은 고추를 씨를 털고 기름에 볶아 매운 기름(나유)을 만든 후 이것을 간장에 타면 매콤한 간장이 된다.
살짝 데친 미역·다시마·양배추·호박잎, 그리고 싱싱한 오이·당근·양상치 등을 유리접시에 담고 갖가지 간장과 초고추장을 곁들여 식성대로 찍어 먹게 하면 한결 식욕이 돋우어진다.
▲마실 것=보리차로 찬 음료를 대신하고 한약방에서 오미자를 사서 물에 하룻밤 담가 우렸다가 설탕·꿀을 넣고 끓여 식힌 후 배·잣을 띄워먹으면 갈증이 가신다. 뜨거운 녹엽차들도 더위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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