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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피땀으로 일군 '개신교 130년' 아시아·아프리카에 대학 세워 보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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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성택

2014년은 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130주년이 되는 해다. 1884년 9월 미국 북장로회 소속 알렌(1858~1932)이 개신교 선교사(의료)로는 처음 조선에 왔다. 당시 조선에서 기독교 선교가 금지됐기 때문에 미국 공사관 소속 의사 행세를 한 그는 이듬해인 1885년 첫 서양 병원인 광혜원을 세웠다. 이후 개신교 선교의 역사는 숱한 학교와 병원 설립 등으로 이어지며 조선 근대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2008년 출범한 범아시아·아프리카대학협의회(PAUA)는 그런 외국 선교사들의 정신을 잇는 단체다. ‘한국의 언더우드’, ‘한국의 아펜젤러’라 할만한 이들이 굵은 땀방울 흘려가며 아시아, 아프리카에 세운 ‘선교 대학’의 연합체다. PAUA는 새해 1월 6∼25일 서울·부산 등 6개 도시에서 한국총회를 연다.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연변과학기술대 강성택(51) 교수를 30일 만났다.

 -소속 대학이 얼마나 되나.

 “7개국 10개 대학이 회원이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내전으로 얼룩진 아프리카 우간다에도 학교가 있다. 회원 가입을 앞둔 준회원 대학으로는 명성교회가 에티오피아에 세운 의과대학 등 6개가 있다. 설립 중인 곳, 남미에 세워진 대학 등을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한국 선교사가 캄보디아에 세운 라이프대학의 학생들. 11개 학과에 480여 명이 다닌다. [사진 PAUA]

 -이런 협의회가 필요한 이유는.

 “한국인들은 열정, 개척 정신이 강해 학교는 잘 세운다. 한데 서양인들처럼 투철한 철학에 입각해서 치밀하게 운영하는 부분은 약한 것 같다. 대학들이 하는 일이 대개 비슷하니까 함께 연구하고 토론해 제대로 해보자는 거다. 서로 경쟁하지 말고 양보도 하면서 말이다. 아프리카 가나의 국제대학 같은 곳은 학교 인가는 났는데 건축 전문가가 없어 선교사가 현지인들 데리고 건물 짓다가 무너지기도 했다. 대지가 100만 평이나 된다. 그런 곳은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금방 시작할 수 있다.”

 -결국 기독교 선교가 목적인가.

 “선교도 중요하지만 교육도 우리 사업의 한 축이다. 초창기 선교사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당시 조선은 지금의 아프리카 오지 국가 수준이었던 것 같다. 선교사들의 눈에 수도 한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더러운 도시였다. 말라리아 등 풍토병이 판쳤다. 지금 우리가 경제강국이 된 것은 선교사들의 교육 사업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다. 우리가 진 사랑의 빚을 갚자는 거다.”

 -학교 운영의 어려운 점은.

 “교수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학교를 운영할 행정요원, 재원도 모자란다. 우리가 진출한 나라들은 대부분 박사학위 소지자가 드물다. 수도에서 학부 졸업하고 지방 가서 교수한다. 안식년 또는 은퇴 교수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지원해주면 좋겠다. 교수가 되도 월급은 제대로 주지 못하지만.”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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