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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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세청은 대중세부과 업무를 크게 개혁하여 영세업자를 보호하는 대신 중규모 이상의 불성실업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기장의무를 강화시킬 방침이라 한다.
대중세부과 업무를 주로 인정과세 방식에 의존해야했던 본질적인 결함 때문에 납세상 많은 모순이 파생돼 왔었다는데 연유하는 것으로서 징세상의 불공평과 부정이 개입할 요소를 줄일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세정운영상 일보전진을 뜻한다.
이른바 생계유지에 속하는 성질의 업소에 대해서까지 수시로 세무조사를 함으로써 세수증대에 기여하지 못하면서도 업소의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세정상의 통폐는 이번 조치로써 크게 완화될 것이요, 이점에서 영세업종에 대한 자동부과 및 호순조사의 폐지는 칭찬 받을 만한 일이다. 물론, 자동부과율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서는 또 사태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일단 이 제도가 세무공무원의 개별적 재량행위를 배제시켰다는 면에서 기대할만한 일이다.
또 과거 5년 이상 계속해서 같은 장소에서 영업하여 납세한 업소에 대해 정율로 신고하면 이를 인정한다는 방침도 현실을 바로 본 조치이다. 세부담이 높아지고 탈세의 여지가 줄어들면서 장소를 바꾸고 상호를 바꾸면서 탈세를 자행하는 업자가 많다는 사실로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 전주는 뒷전에 앉아있고 과거의 피용인이 새로운 상호를 갖고 표면에 서는 일이 많은 실정으로 보아 같은 장소에서 5년 이상 영업하고 납세한 실적이 있는 업소를 성실한 것으로 일단 인정해도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성실한 이들에게 쓸데없는 조사를 반복함으로써 조사능력을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자주 변신함으로써 탈세를 일삼는 층에 조사력을 집중 투입한다면 납세상의 공평이란 점에서도 큰 성과를 올릴 것이다.
한편 기장의무의 한계선을 계속 지지하고 있는 업소, 무기장 불성실 기장업소에 세무조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은 대중세 탈세의 핵심을 찌른 것으로서 막대한 잠재세원이 이 분야에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철저한 위장 속에 가려진 이들에 대해 가혹한 추계 과세를 한다는 방침은 일단 불가피 하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추계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탈세를 일삼는다는 사실은 미워도 상상한 추계근거를 갖추지 못한다면 납득할 만한 세무행정이라고 인정받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추계과세가 단순한 추측 과세가 되지 않도록 직접 간접 자료를 구비할 수 있도록 조사력을 활용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끝으로 공식 영수증 교부문제는 그것이 전면적으로 이행되는 것이 세정상의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는 업소의 비협조·고객의 무관심, 그리고 국세청의 추진력 부족 등이 결합된 소산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한꺼번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전면적으로 실행한다는 기본목표 하에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안될 일도 아니다.
근자 국세청은 기업체 임원의 보수현실화·대중세정의 개혁 등 세정합리화에 전에 없는 열의를 보이고 있는데 이제 법인세정에도 개혁의 손길이 미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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