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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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의 끓이는 음식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것이라고 불 수 있는 것이 「곰」 인데 이것은 원래 지금처럼 국물까지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잘 익혀 먹기 위한 방법이었다. 즉 수육을 목적으로 하여 만들다가 남은 국물을 이용하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음식이 다양해짐에 따라 대개 19세기 이후부터 이 곰이 국물 요리로 발달된 듯하다.
어느 일본학자가 한국의 음식을 「쇠고기 문화」라고 평했듯이 우리 음식에서는 특히 쇠고기요리가 다양하다. 그 중의 한가지로 쇠고기 곰 음식은 그 들어가는 쇠고기부분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붙여지며 사철을 두고 항상 식탁에 오르는 보를 위한 음식이었다.
곰은 이렇게 쇠고기뿐만 아니라 닭·염소·개·노루 등을 주로 써왔는데, 이 요리의 강점은 무엇보다 영양강장제라는 점이다. 보양제로서 원기회복이 가장 빠른 음식으로 첫손에 이 곰국을 는다. 또한 으례 끓임으로써 소화 잘되는 음식으로도 손꼽힌다.
쇠고기 곰으로는 곰탕·가리탕· 설렁탕·족탕·도가니탕·두골탕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곰탕은 양지머리육·곱창·곤자손이·쇠악지·양·부아· 뼈도가니 등을 솥에 물이 펄펄 끓을 때 무우와 함께 넣고 고는 것이며 가리탕엔 소가리, 설렁탕은 사태·양·무릎도가니, 두골탕은 두골·양지머리를 넣는 것이다. 쇠고기 곰에는 대개 무우를 함께 넣어 부르게 한다. 족탕이라 하면 지금은 우족을 곰 국한 것을 가리키지만 원래는 촉편법으로 우족을 무르익도록 고아 식힌 다음 응고시켜 썰어 쓰는 것을 말한다. 우족의 단백질은 살코기와 달라 「젤라틴」(아교성)이 대부분으로 그 특성을 이용하여 족편이 일찍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쇠고기를 삶는데 대해 옛 사람들은 『질긴고기가 쉬 무르게 하려면 살구씨 빻은것과 갈잎한줌을 넣고 뽕나무를 때라』고 몇몇 전해 내려오는 가정요리책에서 일러두고 있다.
그리고 이 곰을 할 때에는 미리 물을 끊인다
다음에 고기를 넣도록하여 고기성분이 자기 소화작용하는 것을 막았다.
닭곰은 우리 가정에서 가장 손 쉽게 마련할 수 있는 보식으로 여기에 찹쌀이나 인삼·마늘·지네 등을 함께 넣어 일종의 보약음식으로 쓰여왔다.
닭곰으로는 영계를 내장은 빼고 통째 삶는 백숙, 그리그 마른 대구를 함께 섞어 뼈가 녹도록 고는 「별미」(족편), 닭삶은 국물에 깻국을 타서 차게 먹는 깻국탕(쇠고기 ·양 전유어도 들어감)등을 들 수 있다.
백숙에 찹쌀을 넣고 뼈에서 살이 물러날 정도로 푹 고아지면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공에 들어가는 양념은 주로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한 것인데 마늘·파가 특히 많이 들어간다. 설렁탕·곰탕·족탕 등 대부분의 곰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깍뚜기를 곁들여 내는 것이 원칙처럼 돼있다. 이 깍두기는 고추·파·마늘의 양념이 아주 진한 것이므로 곰의 기름기를 말끔히 씻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공음식은 농경목축시대부터 불을 쓴 이후 먹어 왔지만 그중 서민적인 음식으로 꼽히는 설렁탕은 원래 몽고의 군대 음식으로 우리나라에는 13세기 몽고의 침입 때 들어왔다고 민속학자 최상수씨는 말한다. 설렁탕이라는 말에 대해선 이렇게 봉곤말의 「슬루」(국이라는 뜻)에서 와전되었다는 주장과 이조 때 서울 동대문밖 선농증에서 2월에 입금이 밭갈이할 때 통소(우)를 넣고 큰 솥에 국을 끓여 농부들에게 대접한데서 나온 「실농단에서 긇이는 국」이라는 설드 있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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