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산업(상)-사민당 JUSO회원의 공산국 순방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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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은 10월 혁명 후의 .소련과 마찬가지로 일제로부터 해방 후 토지개혁을 실시,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여 농민들에게 분배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끝난 뒤 농민들이 자기농지를 마련했다고 기꺼워 할 겨를도 없이 53년에 노동농장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몇몇 시범합동농장이 설치되고 농민들은 차차 이에 흡수되어 갔다. 협동농장에 들어가지 않는 농민들에게는 농기구와 비료 등 농사에 필요한 물품을 국가에서 사서 쓰도록 규제했다.

<추수 땐 학생·군인동원>
이 정책 전환은 53년부터 58년까지 계속 됐는데 이 동안 곳곳에서 경작지가 인위적으로 쑥대밭이 되고 가축들이 도살됐다.
북한 관리들은 이런 현상을 「남한」에서 공작원들이 침투하여 「사보타지」한 것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소련의 혁명사를 한 줄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면 이러한 행동을 한 장본인은 바로 농민들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농민들은 자기네들이 힘들여 지은 농산물을 그냥 빼앗기기보다는 차라리 논밭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김일성 자신도 1970년11월의 노동당 대회에서 「농민과 토지에 관한 관계」에 언급하며 농민들의 이기주의를 비난 한 바 있다. 북한의 농민들은 자기 집 주위의 얼마간의 토지에 자기의 재산으로써 농작물을 가꾸고 가축을 기르도록 허용되고 있는데 농민들은 협동농장보다는 여기에 더욱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또 농기구에 의한 농업의 산업화에도 문제가 있는데 이는 특히 연로한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이들 연로한 농민들을 고루하거나 능력이 없는 노리갯감으로 희화화한 영화를 만들어 보수적 생각을 없애려고 시도하였다.
현재 북한은 사과와 인삼이나 공작기계 같은 몇 가지 공업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김일성을 중심으로 집약된 계급 관료적 북한사회가 김일성의 선물로 둔갑한 기술을 이용. 생산력 향상이라는 미명아래 지배하고있으며 인민들이 엄청난 노동으로 희생되고 있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에서의 노동은 막연한 행위에 의한 희생상태에 있는 것이지 생활의 일반적인 재생산을 위한 의식적인 행위처럼 보이지 않는다.
추수기에는 어린 학생· 대학생·군인·적위대원이나 사무원들이 화물「트럭」으로 동원된다. 이때는 으례 확성기를 장치한 자동차기 뒤따라 논·밭 한복판에 멈추어 서서 김일성 제가나 송시와 목표달성을 요구하는 방송을 틀어 노동자들을 채찍질하며 노동의 제전적인 특징, 즉 제물공양의식을 선명히 나타낸다.
이 같은 권위주의적인 노동구조는 현재 자본주의국가인 일본의 일부기업이 아침 작업 개시 전에 종업원들이 모여 사장찬가를 부르는 것과 흡사하다.
외국 방문객들이 안내되는 몇몇 모범 기업소를 들러보면 방문객들은 많은 곳을 보지 않고서도 북한에서 노동이 지니는 의미, 즉 이곳을 지배하는 생산상황을 알 수 있게 된다.

<성과노트비치 체크>
평균의 4천명이 교화로 철야 작업하는 전기공장의 예를 들면 다른 공장과 마찬가지로 이 공장에는 탁아소와 유치원 및 정치학습, 김일성 저작연구를 위한 특별 교실과 종업원들의 집회실이 마련돼 있다.
전체 노동자의 30%가 여성들인데 남자들과 똑같은 중노동을 하고 있으며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성은 매우 드물다.
종업원의 35%는 노동당원들로서 이들은 물론 대부분이 사무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다. 김일성조차 5차 노동당대회에서 노동당원들 중에 노동자가 너무 적다고 불평한 바 있다.
모든 노동자들은 여성동맹이라든지 청년동맹이나 노동조합 등 적어도 한가지 조직에 가입하고 있는데 이 조직들은 노동자들의 정치학습 즉측 김일성 저작 연구를 위해 「그룹」을 조직한다.
아울러 노동자들은 모두 『천리마부대』에 소속돼있으며 이 조직은 노동자의 작업수행에 책임을 진다. 노동자들 하나하나는 각기 성적 「노트」를 지녀 그 부서의 책임자가 매일 매일의 업무성적을 기입하고있다.
공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노동자들의 전체모임을 갖는 기간을 앞당겨 책임량을 완수한 노동자를 포상하여 한사람씩 차례로 내세운다. 이 자리에서는 다만 작업량완수를 의한 노동과정에 관한 토론만 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생산해야하며 어떻게 하면 노동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지 노동방법에 관한 토론은 전혀 없다.
동독에서조차 『사회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라고 「슬로건」을 내세우는데 북한에서는 인민은 모두가 혁명과 사회주의 건설과 지배자라는 하나의 개념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므로 상장할 수 없는 일이다.

<당의 계급이 곧 법률>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되는 생산계획과 이에 따르는 노동계획은 발표와 동시에 법률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계획이 나오면 『노동자들도 새로운 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여 「수령」과 당에게 그들의 임무를 앞당겨 수행할 것을 약속하였다』고 발표한다.
인간의 노동력이 어떤 방법으로 아무렇게나 착취당하고 있는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5차 노동당 대회에서 꾸준 직물공장의 이화순이란 여성이 노동영웅으로 표창되어 신문·TV와 「라디오」를 통해 북한의 모든 노동자가 본받을 인물이라고 보도됐다. 이 여자노동자는 한사람이 보통 6개씩 다루는 직조기계를 14개나 동시에 다룸으로써 노동책임량의 4백%나 달성했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매일 1백20㎞의 거리를 왔다갔다하며 끊어진 실을 재빨리 잇는 방법을 고안해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여성이 5년 동안 얼마나 죽도록 고역을 치렀을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이 「에피소드」는 민중에 대한 지도계급의 태도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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