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상파에 특혜 준 방송광고 개편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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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른바 ‘방송광고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 핵심은 지상파 방송이 유료방송과 같은 수준의 광고를 할 수 있게 허용해준 점이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지상파에 대해서는 광고 종류별로 제한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메인뉴스 직전 등에 등장하는 시보광고의 경우 매일 10회, 매시간 2회 이내에서만 할 수 있다. 이런 광고 종류별 제한을 풀어 지상파도 유료방송과 같이 광고총량만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방송광고 시장을 고려할 때 전파라는 명백한 공공재를 쓰는 대형 방송사에 지나친 특혜를 주는 조치다.

 현재 전체 방송광고 시장은 3조7000억원 정도다. 이 중 70%를 지상파 3사와 그 계열채널이 가져간다. 나머지 30%를 250개가 넘는 유료방송사가 쪼개 먹는다. 가뜩이나 지상파가 광고를 독식하는 상황에서 방송 종류별 제한까지 풀어주면 독과점 구조는 더 심해질 게 뻔하다. 지금도 적지 않은 유료방송들이 영세한 광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정·저질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더 황량해질 것이다.

 지상파 방송에 요구되는 보편적 시청권도 훼손될 것이다. 개편안대로 되면 지상파는 인기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에 지금보다 휠씬 많은 광고를 붙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시간당 6분 이내로 광고가 제한돼 있다. 규정이 완화되면 최대 2배까지 프로그램 광고를 늘릴 수 있다.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려는 계획은 이번 방안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명백한 불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허용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대안을 계속 검토한다’는 애매한 표현을 써 불씨를 남겼다.

 지금 공개된 방송광고 개편안은 지상파 방송 위주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수립 과정에 지상파 관련 인사들이 참여한 반면 유료방송업계 인사는 배제됐다. 방통위는 내년 2월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방통위는 지상파의 광고 독식 구조를 해소해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