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메르카토르」식 세계지도는 실제와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벽에 걸린 세계지도가 백인의 세계지배를 설명하는 그런 인종적인 장식물이 아닌 것은 명백한 일이다.
그러나 다시 이 세계지도를 갈피면 대체로 그런 의혹도 나옴직 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세계적으로 거의 통용되다 시피 하는「메르카토르」식 투영법에 의한 지도는 ①육지의 3분의2가 적도의 북쪽에 있는 것 같고 ②「유럽」이 지구의 중심부에 있으며 ③소련은 실제로「아프리카」보다 50%정도 적은데도 「아프리카」보다 배 이상 크게 보이게 돼 있는 것이다.
이런 지도의 작성자는 4백년 전에 산 「게르하드트·크레머」(1512년∼1594년) 라는 「네덜란드」인.「라틴」어로「게라르두스·메르카트르」로 불리는 그는 실제로 인종적 식민주의자는 아니었다. 단지 세계를 항해하는 선장들이 사용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려던 것이 그의 뜻이었고 이점에선 여전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메르카토르」의 지도가 통용되게 되면서 사람들은 세계가 지도에서 보는 것 같은 바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거다란 오해를 갖게됐다.
이점에 불만을 가졌던 독일의 역사가 「아르노·페터스」(56세)는 최근「본」에서 그의 새로운 세계지도를 소개했다.
「페터스」투영법 또는 세계직교지도라고 부르는 이 지도는 ①역도를 지도의 정확한 중심에 두고 ②정확한 크기대로 지구의 모든 나라들을 나타내며 ③또 실제의 형태를 나타내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구형의 지구를 2구원의 평면에 옮겨 놓는 것의 수학적인 불가능이라는 장애를 극복할 순 없었다. 절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페터스」는 자기 것이 역시 가장 경직한 지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자기지도에선 조그맣게 나타나는 「유럽」주의 경우는 실제를 왜곡한 「메르카토르」지도의 나라 모양 보단 훌륭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페터스」는 『「메르카토르」가 특히 비 백인 지역에 대해 잘못된 그림을 보여 주었다. 백인을 과대평가하고 세계지도를 그 시대의 식민지배자들의 이익을 위해 왜곡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른 지도 제작 가들도 「메르카토르」의 지도 개량에 노력했었으나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었다. 타원형 지도가 사실과 상당히 비슷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오린지」를 찢어발긴 것 같다고 해서 이것을 받아 돌이지 않았다.
「페터스」는 자기의 지도가 「메르카토르」의 것보다 대륙의 실제 형태 면에서 50%정도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의 지도는 이른바 「유럽」중심주의라고 할 만한 정치적 관심을 극복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옛날부터 지도 제작 가들이 자기 나라를 당시 세계의 중심에 두었던 것에 불만을 가졌던 그는 20세기 후반이야말로 이를 고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메르카토르」의 지도는 역시 항해 자에겐 제일 좋은 지도이기 때문에 그는 이를 전적으로 버리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또 그의 지도가 세계 어디서나 쉽게 사용되리라 곤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메르카토르」의 지도에서 엄청나게 컸다가「페터스」의 지도에서 크게 줄어든 나라, 곧 소련 같은데선 이 지도가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이 지도는 상대적인 크기 가령 소련과 중국의 대립관계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엔 누구도 부인 못 할 것이다.<워싱턴·포스트지=본사특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