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한국연구가가 본 남북한|임건언(일 정치평론가)본사 초청 강연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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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한관계는 동서독관개와는 다른 면이 있다. 동서독의 경우는 상호의 자신감이 접근과 협상진전의 뒷받침이 되어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남북한관계에 있어서는 남한에 비해 북쪽이 자신감의 뒷받침이 부족·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적십자회담이나 조절 위 회담에 있어서 선전공세와는 반대로 대화의 진전을 지연시키고 있다.
북한측의 이 자신감의 결여는 그들 체제의 취약성, 그 중에서도 특히 남한에 대한 경제적 저위와 열세에 가장 큰 원인이 있는 듯 하다.
일본 외무성과 「아시아」경제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여 북한경제를 중공업·경공업·농업의 3부문으로 대별하여 개관하고자 한다.
중공업부문 중 먼저 전력공업을 보면, 북한은 공업부문에서의 중심과업을 채취공업과 동력공업을 선행시키는데 두었으나 1970년 현재 발전량은 1백60억㎾H(발전설비용량2쌕80만㎾) 에 불과하며 남한에 훨씬 뒤진다.
1946년에 비해서 공업 총 생산량은 80배로 증가했으나 발전량은 4.2배에 불과하여 심한 격차를 나타냈다.
야금 및 금속공업에 있어서도 북한의 강철 생산량(70년 현재) 은 2백20만t인데, 이는 일본의「랭킹」5위 정도(서 일본제철) 의 제철소의 규모밖에 안 된다. 일본은 연산2백2만t의 제철소에1만 명의 종업원이 일하고있으나 북한의 경우는 6만 명을 투입하고 있어서 그 기술의 후진성을 드러내고 있다.
화학공업부문에선 화학비료 생산을 증대시킬 유화철·인석회·석회석 등 원료대원은 풍부하지만 화학비료생산은 저조하며「시멘트」생산도 남한에 뒤떨어진다. 또 7개년 계획당시의 정유공장건설계획도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경공업은 중공업 우선 정책으로 중공업과 경공업, 공업과 농업간의 불균형은 심화되었다.
중공업 우선 정책과 국방경제체제적성을 위해 농업소산을 공업 생산의 하위에 두었다. 농업의 집단화로 생산성은 오히려 부진하여 공업기타 산업부문에 비교하여 낙후되어있다.
북한이 발표하는 통계 숫자엔 신빙성이 희박하다. 예를 들면 예산 면에서 71년도의 예산과 그 결산간에 약10억 원의 차이가 생겼다.
특히 군사비에 있어서 72년도까지는 31%였던 것이 73년도엔 15%로 줄어들었는데 병력의 감축 없이 군사비의 반감은 불가능하며 이를 딴 부문에 돌려 위장·은폐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발표대로 믿는다하더라도 북한의 군사비는 국민1인당 36「달러」로서 1인당 14.5 「달러」인 남한보다 부담이 과중하다.
북한은 자본과 기술의 도입·갱신을 위해 최근 대 일본접근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북한이 국제적 승인을 획득할 때까지는 남북한등거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대일 접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한은 그러나 남북적십자회담이나 조절 위 회담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첫 째 대「유엔」전략 때문이다. 작년 가을 「유엔」총회에서「한국문제상정1년 연기 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된 것은 진전중인 남북대화에 지장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한국측의 주장과 설득이 주효했기 때문이니 북한은 금년에는 작년의 그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둘째는 적십자회담의 진전으로 이산가족 운동이 본격화된다면 그들의 체제적 모순이나 약점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북한으로 봐서는 그 체제를 이반한 「월남동포」가 있다는 사실을 좀체 인정하기 어렵다. 그것은 자기체제의 동요·혼란을 가져오는 것이기에 그렇다.
여하튼 북한의 6개년 계획과 남한의 제3차5개년 계획은 내년 같은 해에 끝나게되므로 그 결과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

<임건언 씨 약력>
▲28년 장야현 출생 ▲53년 명고옥대 경제학부 졸 ▲산경 신문기자 ▲65∼66년 서울특파원 ▲동사 정치부차장을 거쳐 편집위원 ▲동해대학강사 ▲저서로는 「관료」「조선 전쟁 사」「한국현대사」「북조선과 남조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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