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조차 어려운 고하유족|애장병풍 골동품상에 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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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하 송쇄우선생의 마지막 선혈이 엉켜있는 병풍이 자손들의 가난으로 골동품상 진열장에 나와 주인 손을 떠날 형편에 있다.
이 병풍은 높이1·3m·폭4.2m의 여덟폭 병풍으로 고하가 평생동안 애지중지하여 침실에 세워 두었던 것으로 1946년12월30일 상오6시15분 고하가 한현자 일당에게 참변을 당할때 흘린 핏자국과 한이 쏜 탄흔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 병풍은 자주색 비단에 위당 정인진선생이 숙종조의 거유농암 금창협의 5언절귀를 쓰고 고하의 처제 유복신씨(작고)가 남색실로 수를 놓아 완성한 것.
고하의 미망인 유보부여사(71·동대문구제기동122의35)는『고하의 분신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이 병풍을 내놓은 것은 1백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유여사는 17년 전에 종로구 원서동집을 빚에 넘겼고 7년전에 외아들이 실직, 빚으로 생활해와 빚이 1백만원에 이르렀고 손녀 유미양(17)의 학비마저 댈 길이 없어 고하 친구 아들인 고영구씨(50)가 경영하는 반도「아케이드」골동품상에 내놓았다는 것.
골동품장 주인 고씨는『유여사에게 40만원을 꾸어주었으나 병풍의 주인은 유여사』라며 『유족에게 되돌려 줄 길이 없느냐』고 안타까워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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