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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개 전매에 몇만원 버는묘미|수집「붐」일어 수요 증가일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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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근년 문화재「붐」을 타고 번창한 것은 골동상가이다.
문화재 취급 허가제에 따라 문화재관리국에 등록된 점포는 1백50여개소.약 70%를 서울이 차지하고 부산·경주 등지에도 70개소 이상의 골동상이 있다.
서울의 경우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인사동거리에 20∼30집 가게가 옹기종기모여 있었고 충무로와 종로에 몇개 점포가 홑어져 있던데 비하여 이제는 인사동 관훈동일대에 촘종합은 물론 충무로2가, 반도조선 아케이드, 신당동 중앙시장 등 밀집지대가 두드러진다.
이들 골동상의 대부분은 백자·청자를 중심으로 취급하고 있고 더러는 회화 및 가구·장신구 등을 곁들이기도하고 간혹그런 민속품 중심의 점포도있다.
서적이나 고전(古典)의 경우는 대개 이것만 전문으로 취급하고 또 근자엔 소규모 화상(화상)들이 고서화 및 민학류를 곁들이는 경향이있다.
이런 사실은 곧 최근 골동상가의 수요(需要)경향을 입증한다.
역시 거래가 많은 품목은 도자기이고 그에따라 고객층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두드러진 「컬렉션」는 열손가락을 꼽을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액거래의 취미애호가의 수가 광범하게 늘어났다.
그것은 반드시 도자기·서화만이 아니라 동경·벼루·떡살·갓끈·자물쇠·등기둥 특수품목의「컬렉션」이 뜻밖의 사람들에서 알려지는 것을 보면 근래 골동의 범위는 굉장히 다양해졌다.
또 일본관광객의 왕래가 빈번한 때이므로 고전이나 서학·도자기 등 소품은 알게 모르게 꽤 나가리라 추산된다.
그러나 겉으로는 늘 한산한게 골동상 가게이다.
71년 정부에서 문화재보호법을 강화한 이후 골동상들은 경기가 없네, 단속이 까다로우네하고 금세 모두 문닫을 기세였다.
물론 도굴품이 줄어 상가의 공급이 적고 또한동안 일반의 구매가 줄었던게 사실이다.
특히 해외반출 일체금지 조치에 따라 타격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가게를 걷어치우기는 커녕 오히려 그 수가 날로 늘어나는게 골동상가의 역설적인 현상이다.
골동상가에선 문화재의 해외반출 금지로 큰 타격을 받는양 말하지만 실제 한국 관광객들 상대로는 안된다는 것이 외국인 전용공판장의 답변이다.
골동상으로 구성된 한국 고미술협회는 작년 5월 국외로 가지고 나갈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비 지정문화재 공동판매소」를 개설했다.
여기엔 백자·청자 등 도자기 중심으로 2∼3만원짜리 찻잔부터 50만원짜리 분청병·청자대접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갖춰 팔고있는데 막상 월3백만원어치도 팔리지 않아 경상비도 못빼는 적자운영이라 울상이다.
『그 정도의 일인관광객 수준으론 골동을 모르니까요』
그러므로 골동상의 수요공급은 국내에서만도 원활하다는 풀이가 된다.
물건이 들어오는「루트」도 반드시 도굴품이 근절됐다고할 수 없으며 우연한 출토품도 계속수집돼온다.
또 전국의 가가호호에 있는 고물들이 숱한 행상들을 통하여 상가로 모여들고 있으며 최근 민화·가구·강신구류가 무더기로 쌓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골동상이 노리는 것은 그러한 물건들을 헐값으로 사들여 톡톡히 찬값을 받아 한 몫 잡는 것.
우리나라에서 골동상이 시작되는 일제 초기부터 그것을 항용 「호리다시」라 일컫고 또 『임자 만났다』고 한다.
골동상은 몇백원에 산 물건을 몇천원 혹은 몇만원을 받을수도 있고 뜨내기 행상속에서 몇만원에 놀던 것이 중상좌상을 거쳐 취장가에 이르는 봉안 백만원이상으로 뛰어오른 예도 적지 않다.
재작년 화순 출토 청동기의 경우 1천2백원의 술값으로도 흥정안되던 것이 뒤늦게 국보로 지정되고 보상금만도 1백만원이 지급되는「난센스」같은 실담도 있다.
본디 경가가 없는게 골동상이요, 은밀한 거래가 상가의 생리이다.
백만원이상 홋가되는 골동품은 점포의 진열장에 내놓는 법이 없고 웬만한 고객에겐 선도 보이지 않는다.
또 가게를 벌여놔야만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것이 아니고 도리어 큰 물건일수록 소문없이 오가기 마련인 것이다.
도자기의 최고급이라면 천만원대를 훌훌 넘는 것이 요즘의 시세이고 고화도 국보급은 수백만원대로 뛰어 올랐다.
최근 신흥재벌들사이에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는 경향.
본격적인「컬렉션」로 두각을 드러내어 한번에 수천만원씩 거래되는 예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겉으론 한산해보이고 또 경기없다고 울상이면서도 점포는 늘어나고 물건값은 날로 오르는게 고미술품 상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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