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상업미술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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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일·칼라」냄새가 불씬 풍긴다.
80평 남짓한 작업실. 왼손에 「페인팅· 나이프」, 또 다른 손에 화필을 움켜쥔 40여명의 화가들이 소리 없이 작업에 한창이다. 여느 순수화가의 「아틀리에」와 다를 바 없다. 똑같은 그림이 수십장, 때로는 수백장이 널려있는 점이 흡사 「그림공장」 같은 느낌이다.
서울 성북구 동선동 4가294 미아리고개 초입에서 왼편으로 하나뿐인 5층 건물의 4층과 지하실이 최근 상업미술품의 수출로 재미를 보기 시작한 동효물산상사(대표 김석왕·45)의 사무실과 화실이다.
『작년에 처음으로 3만불어치를 수출해 봤는데 의의로 성가가 있었어요. 올해에는 최저 20만불어치는 충분히 수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4년도 수출목표를 30만불로 잡고 있다는 대표 김씨의 말.
각종 풍경·정물 등 1천여점의 그림 「샘플」을 준비하고 화가를 모집하고 「카탈로그」를 만들어 각국의 상공회의소등을 통해 「바이어」를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수출대상국은 미국·일본·「캐나다」·「이스라엘」·「뉴질랜드」·「오스트레일리아」 ·「벨기에」 등 10여개국 특히 미·일 지역에서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업 미술품에 대한 수출수요의 급증은 구미지역과 일본 등지에서 한창인 미술품 수집 「붐」에 기인된 것으로 풀이 하고있다.
게다가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만 하는 제작과정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점이 수출 가격에도 나타나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여 파는 것이 자국내 생산품보다 채산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업미술품은 4종류 「캔버스」에 그린 유사, 「우드버닝」, 「실크」와 「빌로드」에 그린 것 등인데 대부분이 「캔버스」에 옮긴 유화다.
그림내용은 「고흐」「고갱」「세잔」 등 유명화가의 그림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있는가하면 「바이어」가 보내준 원화에 「사인」까지 똑같이 그려주는 등 주로 풍경화· 인물화·정물화 등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칼라」로 된 인물사진을 그대로 그려주기도 한다.
수출가격은 6호(24.5㎝×33.5㎝)가 2「달러」60「센트」 ,8호(38㎝×45㎝)가 3「달러」 30 「센트」. 이는 작년보다 평균20% 오른 값이라고 한다.
이 같은 가격인상은 올 들어 면사품귀현상이 빚어낸「캔버스」 값의 상승, 「오일·칼라」 값의 오름세에 따라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현재 그림 2점에 대한「마진」은 수출가격의 20%정도.
그러나 상업미술품의 수출에는 아직도 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뒤따른다.
일일이 손으로 그리는 만큼 숙련화가가 필요한데 이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48명(여자8명 포함)을 고용하고 있는 동효물산의 경우 하루 1천여점을 제작해내고 있지만 숙련된 사람은 하루 20장 안팎, 그렇지 못한 경우는 10장 안팎 정도 그린다.
또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그림의 종류도 문제지만 수출대상국의 민족성 등에 따른 색감의 기호 등에 대한 파악이 손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바이어」들이 초상화와 풍경화를 요구하고 그 중에서도 노란색을 바탕으로 한 묵직한 질감이 있는 것을 원하는가 하면 일본은 같은 풍경화 중에서도 바다풍경화 등 보다 화려한 것에 색깔도 보라색 등과 정물화를 더 많이 요구하는 경향 등이 그것이다.
화가들이 받는 월급은 초보자가 1만원선이고 하루 10장을 그릴정도면 5만원, 20장이상이면 10만원정도로 차등 제를 두고 있다. 그러나 평균 5만원선이 보통으로 나타나고있다.
현재 국내에서 화가들을 고용, 상업미술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업장은 15여개소. 그중 화가를 5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곳은 동효물산과 한국「아메리아」등 2개사 뿐이라는 것.
이중 동효물산은 최근 순수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트라이얼·오더」를 받기 시작, 이미 일본에서의 반응이 좋아 중견화가의 그림 50여점을 수출했는데 가격은 1점당 (6호기준) 18「달러」선으로 상업미술품의 8배 수준이어서 상업미술품의 고급화로 더 많은 값을 받을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70만「달러」의 수출이 가능하고 내년에는 적어도 1백만「달러」이상의 수출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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