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상들이 팔고 다니는 소독약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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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초여름 구충「시즌」을 맞아 농약의 화가 잇단다. 26일 서울대 부속병원에 따르면 요즘「파라치은」등 농약으로 함부로 만든 소독약을 만지거나 몸에 바른 어린이 4명이 농약에 중독,2명은 계속 입원치료 중이다.이들 어린이는 모두 주택가를 찾아 든 떠돌이 소독 행상으로부터 산 농약을 발랐거나 집에 소독약으로 잘못 뿌려 화를 입었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2동989 이상호씨(30)의 둘째 아들 관석군(5)과 둘째딸 경희양 (3)이「파라치온」농약 중독으로 한양대 부속병윈에 입원,치료중이다.두 어린이는 쥐벼룩에 물려 몹시 가려워하자 부모가 지난 24일하오2시쯤 이름 모를 물약을 팔·다리·가슴등에 발라주었다.
관석군 등은 약을 바른지 30분쯤 지나자 심한 구토와 경련을 일으키다 까무라쳐 병원에 옮겨져 치료끝에 26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소아과장 박종무씨(53)는「파라치온」 중독으로 진단했다.
이 씨는 이틀 전에 30대 약 행상으로부터 1백원을 주고「파리·모기특효약」1병을 샀다는 것.
또 지난16일 상오 서울 성동구 황학동75의4 박운룡씨(42) 의 큰딸 분옥양(10)과 둘째딸 용희양(8)이 안방에서 잠자다가 중독,한양대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틀 만에 퇴원했으나 역시「파라치온」중독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하루 전에 수동식 분무기를 짊어지고 찾아온 30대남자 약 행상에게 5백원을 주고 집안 연막소독을 시켰다.
파리는 모두 죽었으나 이튿날까지도 몹시 역겨운 냄새가 났다는것.
살충 농약 「파라치온」은 사람이 냄새를 맡거나 마시면 인체 안의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효소콜린 에스테라제의 작용을 억제,호흡기의 기능을 지나치게 촉진시켜 침·가래 등 분비물로 가득차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심한 경우엔 숨쉬기가 어려워져 두통·구토가 나고 몸 전체에 경련이 뒤따라 폐렴으로 번질 위험성마저 안고있다.
「파라치온」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0여년. 주한 미군을 통해 시중에 나와 1960년께부터 경북 대구 일원의 사과 밭에서 많이 쓰기 시작하면서 전국농촌에서 각종 해충의 구 제약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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