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3시간 근무 규정 … 5분 초과해도 1명 더 투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발 진주행 KTX 열차는 3시간30분이면 종착역에 닿는다. 그런데 도중에 기관사가 바뀐다. 출발 2시간쯤 뒤 동대구역에서다. 서울에서 열차를 몰고 온 기관사가 내리고 대기하던 기관사가 올라탄다. 새 기관사는 1시간30분을 달려 진주역까지 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 비밀은 코레일의 인력 운영 방식에 숨어 있다.

 코레일 노사 단협 부속합의서는 KTX 기관사의 연속 운전시간을 3시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한 사람이 한 번에 3시간을 넘겨 열차를 몰 수 없다는 얘기다. 노조 측은 고속열차의 안전 운행을 위해 필요한 규정이라고 주장한다. 코레일 경영진의 설명은 다르다. 이 규정은 경부고속철도가 처음 개통됐을 때 만들어졌는데 당시에는 3시간이 넘는 노선이 없었다. 이후 3시간 초과 노선이 등장했는데 노조가 당초 규정을 근거로 탄력적인 근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용산~광주 간 호남선 KTX의 운행시간은 3시간 2~5분이다. 하지만 ‘3시간 규정’ 때문에 기관사가 익산에서 교대된다. 불과 2~5분 때문에 기관사 한 명이 더 투입된다는 얘기다. 최근 파업에도 불구하고 철도가 아예 멈춰서지 않는 것은 코레일이 그만큼 인력을 넉넉하게 운영하고 있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레일에선 현재 출근 대상자 2만473명 가운데 37.3%에 달하는 7633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정상적인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17일째 일손을 놓고 있으면 진작 마비됐겠지만 코레일의 여객·화물 열차 운행률은 평균 70%를 유지하고 있다. 엄태호 연세대 교수는 “코레일 인력 운영이 방만해진 것은 평소 정확한 인력 운영 실태를 감추어 온 사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09년 파업에 대비해 코레일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한 것도 열차 운행이 계속되는 이유다. 코레일 전체 직원 2만1000명 가운데 8500여 명이 파업을 할 수 없는 필수유지 인력이다. 다른 필수 인원을 빼면 파업에 참가할 수 있는 숫자는 최대 9000명으로 제한된다. 또 공익사업장에서는 파업 참가자의 50%까지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세종=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